행복한 아침

by 숨비소리

어젯밤, 딸아이를 재우다가 함께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좁은 침대 위에 나, 딸아이, 강아지가 옹기종기 붙어있다.

딸아이는 잘 때면 늘 나를 찾는다.

예전에는 밤이 되면 우울감과 자해, 자살 욕구가 올라와서 나를 찾았다.

요즘은 그냥 엄마가 좋아서 나를 찾는다.


자는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등교를 시킨다.

드디어 딸아이의 방학식날.

늘 1교시 이후에 등교를 했었는데 오늘은 선생님께서 9시까지 오라고 하셨나 보다.

아이가 준비를 서두른다.


"엄마, 다녀올게. 아, 나중에 피자 사줘."

"알았어. 나중에 데리러 올 테니까 마트 바로 가자. 딸, 사랑해."


오늘따라 학교를 향하는 걸음걸이가 가볍다.

방학이라고 생각하니 좀 수월한가 보다.

나 또한 한결 마음이 편하다.

짧은 방학이지만 한동안은 등교로 실랑이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들어 가장 평범한 등굣길.

맑은 날씨처럼 나의 마음도 맑다.


'마트 갔다가... 오후에는 병원 갔다가... 오늘도 바쁘네.'


오늘은 아들과 내가 병원에 가는 날이다.

그래서 딸아이 혼자 보컬학원에 가야 한다.

불안하다.

근처에 다이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놈의 커터칼.

요즘은 우울증과 무기력함이 많이 잡혀서 자해와 자살 충동은 거의 못 느낀다고 하지만 전적이 화려한지라 안심할 수 없다.

아이가 외출할 때면 내 카드를 주는데 어디서 결제를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다.

아이가 다이소에 가면 내 신경은 곤두선다.


'이번엔 안 그러겠지.'


스스로를 도닥거려 본다.


"평일에 언제 시간 돼요?"


지인의 연락이 반갑다.

내 아이의 상태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

조잘조잘 수다를 떨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휴대폰을 붙잡은 김에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다.


'나도 기운이 생겼나 보네.'


괜스레 기분이 좋다.

오늘은, 왠지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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