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박스에 적힌 연서戀書
어쩌다 한번
제가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맘 편히 찾아오시도록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무심코 스쳐지났던 공중전화박스에는
이렇게나 단아하고 겸손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 마음에 박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아련한 눈빛으로 문장을 몇 번 더 읽었다.
어쩌다 한번...
어쩌면 한번도 찾아오지 않을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이 자리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겠다는, 먹먹한 다짐이
순애보로 가득한 연서 같았다.
공중전화박스도 소싯적엔
동전 들고 자기 차례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이제는...
소나기를 피하거나
자기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려는 사람이
잠시, 머무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거기에 없으면 곤란할까봐...
가로수처럼 서 있는 공중전화박스를 지나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를 생각한다.
정수리 5센티미터 쯤 되는 위치에 은은한 백열등이 켜고
그림자처럼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어
나 또한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안을 삼아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