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빠! 아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생 2학년 둘째 아들이 얼굴이 빨개져 흥분한 채로 나를 찾는다.
아빠. 저 고백받았어요.
"응? 무슨 고백"
"학교에 갔는데 누가 제 책상 위에 빼빼로랑 편지를 써 놓고 갔어요."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의기양양한 모습이 아빠가 보기엔 귀엽기만 하다.
"올~ 우리 아들 인기 있었네. 누가 줬어?"
"몰라요. 그냥 빼빼로만 주고 갔어요."
"편지 보여 줄 수 있어?"
좀 머뭇거리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편지를 꺼낸다.
초등학생답게 비뚤배뚤 귀여운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편지에서 무언가 따뜻한 것이 느껴진다.
줄까 말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준서가 나를 좋아할까?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우리 아이에게 이 편지를 준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떨리고 설레었을까?
4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이런 수줍은 사랑고백에는
마치 내가 고백하는 듯 항상 가슴이 설렌다.
이건 아마 내가 주로 사랑을 주는 쪽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마치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의 주인공이 된 양 내 가슴은 두근두근하고 있다.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
고백의 설렘과 사랑의 기쁨
이별의 아픔.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때의 충만감은
아마 9살 소녀와 45살 아저씨에게도 다르지 않다.
아니 모든 인간과 시대를 뛰어넘는 하나의 진리이다.
사랑하는 자. 모두 다 아름답다.
아들
9살 인생에 벌써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네.
정말 축해해~
아빠의 마음은 이래.
이 귀여운 아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사랑하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