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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Nov 19. 2020

초등학생 둘째 아들 고백받은 이야기

살며 사랑하며


"아빠! 아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생 2학년 둘째 아들이 얼굴이 빨개져 흥분한 채로 나를 찾는다.


아빠. 저 고백받았어요.


우리 아들 고백 받았네~ ^^




"응? 무슨 고백"

"학교에 갔는데 누가 제 책상 위에 빼빼로랑 편지를 써 놓고 갔어요."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의기양양한 모습이 아빠가 보기엔 귀엽기만 하다.



"올~ 우리 아들 인기 있었네. 누가 줬어?"

"몰라요. 그냥 빼빼로만 주고 갔어요."

"편지 보여 줄 수 있어?"


좀 머뭇거리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편지를 꺼낸다.

초등학생답게 비뚤배뚤 귀여운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준서야 나는 너를 좋아해~ ♥ >


편지에서 무언가 따뜻한 것이 느껴진다.
줄까 말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준서가 나를 좋아할까?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우리 아이에게 이 편지를 준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떨리고 설레었을까?




4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이런 수줍은 사랑고백에는

마치 내가 고백하는 듯 항상 가슴이 설렌다.



이건 아마 내가 주로 사랑을 주는 쪽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마치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의 주인공이 된 양 내 가슴은 두근두근하고 있다.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



고백의 설렘과 사랑의 기쁨

이별의 아픔.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때의 충만감은

아마 9살 소녀와 45살 아저씨에게도 다르지 않다.

아니 모든 인간과 시대를 뛰어넘는 하나의 진리이다.


사랑하는 자. 모두 다 아름답다.



아들

9살 인생에 벌써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네.

정말 축해해~



아빠의 마음은 이래.

이 귀여운 아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사랑하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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