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자리에서

회복탄력성

by yukkomi



넘어진 자리에서

(회복 탄력성에 대하여)



불쑥 솟은 돌부리에 그만 자빠지고 말았다.


무얼 보느라,

어디에 정신이 팔려

눈앞의 돌 하나 보지 못했을까....


균형을 잃은 나를 탓하며,

생채기 난 무릎을 부여잡고 덩그러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후회는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툭— 털고 일어나자.


넘어졌기에 잠시 쉴 수 있었고,

넘어졌기에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불편한 걸음으로 한참을 걷다가


문득, 다시 그 돌부리를 본다.

아직은

무릎의 통증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뛸 수 있게 되었을 때—

또 한 번 뒤를 되돌아본다.


더 이상 상처는 없다.


남아 있는 건

무릎에 새겨진 훈장 같은 흉터,

그리고 넘어짐을 딛고 일어섰던 좋은 기억뿐.



저만치

넘어져 울고 있는 이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손을 내민다.


괜찮아.

나도 그랬어.



언젠가,

너의 상처가 다 아물게 되는 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돌부리 앞에서

우리는 웃으며 말하게 될 거야.


이놈 덕분에 네 손을 잡을 수 있었고,

우린 이렇게 친구가 되었잖아.


그거면 됐어.


… 우리, 다시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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