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
모든 게 다행이지 않은 날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도도하게 흐릅니다.
여름에 틔웠던 마음을 낙엽처럼 떨구지 못해
계절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독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기침이 날 때마다, 인후가 따가워 올 때마다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열김에 까무룩 정신을 잃을 때 당신은 사라졌다가 늘 의식보다 먼저 나를 깨웠습니다.
입맛이 없어 금세 가죽이 푸석해졌습니다.
감기가 차차 나아가는데
사람들은 ‘다행’이라 합니다.
모르는 말입니다.
도리어 나는
차라리 아주 많이 아파서 그것을 핑계로라도 엉엉 울어보았으면, 아프다 비명이라도 질러보았으면 그것이 다행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나의 마음은 이토록 텅 비어 슬픔만이 무시로 흐릅니다.
악-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적막.
당신의 밤에도 쌀쌀한 기운이 한 자락 흘러들면 좋겠다고, 그 틈 잠시나마 날 떠올리면 좋겠다고 못나고 이기적인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