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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모단 Mar 20. 2024

어머 세상에 우리 아이가 10cm는 컸다니까요?

남의 집 식물만 쑥쑥 크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요

“잎이 제 손바닥만 하게 컸어요.”




  선물했던 스킨답서스가 잘 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렉산더라는 멋진 이름도 하사 받았다고 한다. 회사에서 말라가던 스킨답서스가 안타까워 몇 줄기를 집으로 가져가 번식을 시켰다. 그렇게 뿌리를 내리고 자란 스킨 화분들 중에서 제일 튼튼하게 자란 것으로 회사 화분에 다시 심었고, 그다음으로 풍성했던 화분을 회사 팀장님께 선물을 드렸다. 자신이 없지만 고맙게 키워보겠다던 팀장님은 ‘알렉산더’에게 바로 분갈이를 정성스럽게 해 주었고,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셨다. 이렇게 나눔을 한지 벌써 1~2년 전이다.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는 이름처럼 멋지고 용맹한 ‘알렉산더’는 창문을 휘감을 정도로 길게 자라서 일부 줄기를 잘라 번식을 시켜 주변에 선물로 나눔을 했다고 들었다.




(좌) 물꽂이, (우) 물꽂이로 뿌리를 내린 후에 회사 화분에 새로이 심은 모습



우리는 어떤 이유로 식물을 키우게 되는 걸까?


  ‘반려식물 자랑대회’라는 귀여운 대회를 어쩌다 알게 되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몽글몽글한 대회에서는 그저 자신의 반려식물의 사연을 적어내면 된다. 대회이름이 자랑대회임에도 그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왜 식물을 키우게 되었는지 끄덕여진다. 어떤 취준생의 사연에는 취업준비, 학업준비 하느라 외로운 마음에 들인 반려식물 덕분에 행복한 일만 가득해졌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담겨 있었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 환기도 자주 시켜주고, 함께 광합성을 하다 보니 본인도 건강해지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은 사람도 살기 좋은 환경이야.”



  혼인신고를 마치고 신혼집으로 이사를 오던 날,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함께 집들이를 오셨다. 엄마는 고심 끝에 고른 것으로 보이는 화분 여러 개를 들고 집들이를 오셨더랬다. 자그마한 흰 꽃이 촘촘하게 박힌 핀 모양새가 예뻤던 왁스플라워와 활짝 핀 청수국, 그리고 큰 이모의 선물이라는 건강해 보이는 금전수까지 총 3개의 대형 화분이 생겼다. 고마운 선물을 받고는 반가움보다는 난감함이 더 앞섰다. 식물을 잘 모르는 남편은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는 나의 식물 식구들에 조금 놀랐고, 눈치 빠른 이 남자는 벌써부터 먼 미래에 있을 다음 이사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식물을 늘리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던 상태라 부모님의 선물에 난감한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 뒤를 이어 들어오시는 시부모님도 새아기가 식물을 좋아한다는 걸 이미 파악하시고는 각종 꽃화분을 사들고 방문하셨다. 남편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우와~ 우리 하랑이 좋겠네~ 좋아하는 식물로 선물이 들어왔네"라며 잘 키우자며 같이 기뻐해 줬다.



금전수와 왁스플라워



  집들이로부터 몇 주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평소처럼 엄마랑 통화를 하던 중 엄마는 선물한 식물이 잘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던지 왁스플라워의 안부를 물으셨다. 난 엄마를 아주 안심시키며, 어찌나 잘 크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새잎도 퐁퐁내고, 가지도 여기저기 정신없이 내고 있노라고. 왁스플라워, 금전수, 수국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엄마는 “그래, 식물이 잘 크면 됐다. 그럼 사람도 살기 좋은 거야. 그 집이 참 괜찮은가 보다~”라며 식물이 아닌 나를 향한 걱정을 거두셨다. 아무래도 베란다도 없이 통창인 집이라고 하니 통풍은 제대로 되는지, 새집인데 이런저런 새집증후군은 없는지 걱정하셨던 모양이다.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아무래도 무럭무럭 잘 크는 모습을 바라볼 때일 것이다. 환기가 안되거나, 햇빛이 부족하거나, 식물이 자라기 열악한 곳에서도 식물은 살아간다. 그런 곳에서 식물은 자라난다기보다는 겨우 목숨을 붙이고 볕 들 날을 기다리는 ‘존버’의 상태처럼 보인다. 성장도 매우 느려지거나 멈춰 선 죽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여름의 적당한 습도에 밝은 햇살 아래에서 생기 가득한 모습을 보면, 그제야 ‘아, 저렇게나 활기차게 자랄 수 있었는데...’싶어 미안해진다.


  일 년 내내 활기차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니씩 하나씩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갖춰주게 되었다. 봄, 가을에 부족한 수분은 가습기와 분무기를 통해서 채워주었고, 부족한 햇빛은 식물등으로 실컷 쬐어주었다. 그랬더니 그야말로 폭풍성장으로 새로운 잎을 내는 것은 기본이고, 놀라울 정도로 잎크기의 차이를 보였다.


  습도 조절에 자신이 붙었고, 햇빛이 부족하면 식물등으로 대부분 커버가 가능하단 것을 알자 관엽식물 이외에 다른 식물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키우시던 난이었다. 식덕들 사이에서도 난은 정말로 어렵다,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끝판왕인 생물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내가 찾던 도식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키우려는 몇몇 종류의 난초에 대해 한 달여간을 공부를 하고, 주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한 후에 그들을 죽이지 않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나는 동거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식물쇼핑을 했다. 당시 결혼식 준비로 마음고생을 했던 터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허락해 줬던 것을 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가 가장 사고 싶었던 금모단과 건국은 수고한 예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내 품에 안겨주었다. 그 예비 신부는 어떤 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더 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일 년에 2-3장 남짓 새 잎을 내는 풍란




  관엽식물의 시원스러운 성장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 느림의 미학은 새로움이었다. 어떤 면을 보고 잘 적응하고 있는 건지를 알아채야 할까 하고 걱정스러운 한 달을 지냈다. 그저 믿음으로 매일 온습도를 체크하며 수태가 마르면 제때제때 물을 흠뻑 적셔주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던 어느 날, 뒷모습을 보았을 때 숨이 멎는 것을 느꼈다.




(좌)앞을 봤을 때, (우)뒷편에 새로 자라난 뿌리




‘세상에. 이게 지금 뿌리인가? 뿌리지? 뿌리다!!’


  한 달 만에 뿌리 0.6cm가 겨우 성장했다. 이제껏 힘차게 틔워내는 잎을 보던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감동이 일렁이는 느낌이었다. 아주 기나긴 탐색을 마친 건국은 조심스럽게 뿌리를 뻗어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짙은 붉은색의 뿌리는 나에게 그간의 의심을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 작은 성장이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과 같았다. 속을 알 수 없는 옆의 금모단도 함께 잘 적응하고 있으리라. 그날만큼은 걱정을 거두고 나의 작은 정원을 바라봤다.





뿌리는 10일이 지난 오늘은 1cm를 훌쩍 넘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한 덕목은 ‘인내심’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방치가 아니다. 매일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식물이 가진 고유한 리듬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 리듬에 함께 동조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초록 잎이 쑥쑥 내는 식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별 것 아니지만 알면 좋은 지식 몇 줄
 식물의 성장이 의심될 때는 사진을 찍어 기록해 보자.
  시간이 지나 전후를 함께 보면 많은 변화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빨리 성장하는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관엽식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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