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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율 Nov 01. 2020

4) 사라진 내 자존감을 찾아서

3장

우울감이 사라지면서 스멀스멀 사라진 내 자존감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밤이를 키우면서, 너무도 많은 것들을 내려놓다보니 완전히 나 자신이 없어진 기분이 들었다.


밤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좋아하는 글도 자유롭게 썼고, 책도 많이 읽었고, 짬짬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소풍을 갔고, 신랑과 함께 원하는 때에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워낙 밖을 돌아다니기 좋아했던 내가 집에 콕 박혀있으니,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아우성을 쳤다. 점점 더 살이 붙는 내 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더더욱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먼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마음은 10키로 15키로 무작정 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살을 빼기 위해 내가 당시 했던 것들을 적어본다.


1. 12시에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2. 하루 칼로리 1200-1300을 지켜보기

3. 아침식사를 꼭 하기

4. 저녁에는 300칼로리정도로 가볍게 먹기 

5. 간식은 100칼로리 내외로

6. 매일 스트레칭 하기.

7. 밀가루 음식은 먹지 않기(특히 빵과 과자)


당시 어떤 다이어트 어플을 깔아서 거기 코치님과 상의해가며 만든 규칙이었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지키다 보니 그럭저럭 할 만했다. 이렇게 2개월 정도 유지하니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5kg정도 감량할 수 있었다. 너무 살이 쪄서 고민이었는데 결과가 좋으니 정말 기분 좋았다.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다시 다이어트를 할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정말 다이어트는 조금이라도 풀어지면 금방 돌아오니, 평생 해야한다는 게 맞는 말 같다.





밤이가 20개월쯤 되었을 무렵,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어떻게든 내 손으로 돈을 벌려고 노력했었다. 액수는 적어도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면 자존감이 제법 많이 올라갔다. 거기에 출근할 때 맡는 시원한 아침공기는 내 기분을 무척 많이 환기시켜 주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다보니,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상대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겼다. 이 경험은 내가 글을 쓸수있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을 한 후 퇴근을 하면 엄마와 밤이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다루기 힘든 밤이를 돌보는 엄마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첫 손녀인 밤이를 어떻게든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아주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엄마는 정말로 지극정성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밤이를 맡길 수 있었다. 저녁에는 최대한 내가 밤이를 돌보았다. 정말...몸은 힘든 시간이었으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왜냐하면 일하러 나가는 시간이 바로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 주변에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있다면, 꼭 이시기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다면 나는 꼭 말하고 싶다. 엄마로써가 아닌, '나만을 위한 시간'을 꼭 만들면 좋겠다고. 처음부터 시간을 내는게 어렵다면 아이가 잠든 이후 30분정도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침시간을 활용한다든지. 물론...시간을 낸다는게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안다. 육아에 지치고 집안일에 치이다 보면 잠깐의 시간마저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시간을 내야겠다. 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내지는 것 같다. 나는 위에 언급한 시간대를 많이 활용했다. 단 10분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집중한다면, 그래서 이 짬을 이용해 하는  일이 저머점 재미있어진다면 아마도 '나만의 시간'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나만의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쭈욱 나열해 봐도 그림, 글, 외국어 배우기, 캘리그라피, 홈베이킹, 요리, 뜨개질, 홈트레이닝, 책읽기, 자수, 식물 기르기(홈 가드닝), 피아노 등의 악기, 컬러링북, 춤, 연예인 덕질... 이밖에도 찾아보면 아주 많다. 이 많은 종류들중에 흥미가 당기는 것이 그래도 하나는 있지 않을까. 


나같은 경우 최근에 식물 기르기에 빠져 있다.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오면서 식물을 키울 환경이 갖춰져 시작한 취미였다. 처음엔 화분 한두개에서 시작했다가 이젠 제법 많은 수의 식물들이 베란다에 예쁘게 들어서 있다. 초록색의 이파리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나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온도 습도, 그리고 물주기 날짜를 신경쓰면 키우기 쉬운 화분들은 크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아도 정말 쑥쑥 자라준다. 이파리가 하나씩 생기는 걸 보는 재미도 좋고, 꽃이 피면 더더욱 즐거워진다. 


또 외국어 같은 경우는 매일 푸는 학습지를 신청해 하루에 서너장씩 풀기도 했었다. 꽤 높은 단계까지 올라갔을 땐 무척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건 하루에 10분정도면 금방금방 하니까 부담도 없다. 


다른 것으론 캘리그라피, 그리고 컬러링북도 괜찮았다. 캘리그라피 역시 한 구절 쓰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고.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할수 있어 좋다. 시간과 비용면에서 아주 유리하다고 본다. 컬러링북은 색연필과 컬러링북을 장만해야 하지만. 색연필은 한번 사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으니까. 작은 모양의 패턴들을 생각없이 칠하다 보면, 걱정 근심들을 어느 새 잊고 몰두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쪽 취미는 결과물이 남으니까. 완성된 작품들을 하나둘 모으다보면 그게 또 쏠쏠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뭐가 되었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걸 가급적이면 꼭 찾아보길 권한다. 처음엔 별거 아닌 시도가, 나중에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른다. 뭐, 또 바뀌지 않으면 어때. '나만의 시간에' 내가 나로써 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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