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우울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계절성 우울증(SAD, Season Affective Disorder)을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의 양이 감소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지요.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가을에 호르몬 변화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어 기분이 변화하거나 우울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진짜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는 ‘뭐 이렇게 한가하냐’고 자신들과는 동떨어진 감정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직을 해봐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해봐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봐라,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되어봐라 등등. 사실 이런 것들은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우울감과 견줄 수 없겠지요.
너무 이상적인 얘기라 하실지 모르겠으나, 이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런 고통도 견뎌내야 합니다. 우울감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가치를 조금씩 찾아야 합니다. 히틀러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고 부모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끝내 그곳에서 탈출했던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분은 후일에 인본주의 심리학의 세계적인 대가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이분이 한 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고통이 적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니체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견딜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항상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과 비교하세요. 그리고 작은 일을 하더라도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 보십시오. 그러면 그런 과정에서 고통도 덜 느끼며, 희미한 희망의 빛도 보일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계절이 주는 우울증, 또는 그보다 더 혹독한 고통이나 난관이 있는 분들도, 빅터 프랭클이나 니체의 말을 상기하면서 힘을 내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