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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03. 2024

“웃음의 노래도 슬픔의 눈물도 다 찬란한 선물이다'


  그동안 ‘사랑’에 대한 칼럼이나 시(詩)를 많이 썼습니다. 그럴 때마다 많이 망설여집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일상에서 너무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어서 진부한 주제가 되기 쉽습니다. 다음으로는 그 정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혼란스럽습니다. 또한 사랑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히 혼재되어 있어 좋은 일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시인 사라 티즈데일은 한평생 살면서 세 가지 사랑을 경험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첫사랑은 웃음을 주었고, 두 번째 사랑은 눈물을 주었으며, 세 번째 사랑은 침묵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시차적인 것도,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의 조건과 깊이에 따라 변화한 것이지요. 한 사람이 아닌 복수의 사람에게 웃음과 눈물과 침묵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단 한 사람과의 사랑에서도 세 가지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사랑의 나이테>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전문을 소개하면, “그때의 사랑은 내게 / 기쁨과 희망 / 그러나 지금의 사랑 / 고통과 혼란으로 가득하네 / 그때의 사랑 내게 / 가슴 떨림, 감미로운 속삭임 / 그러나 지금의 사랑 / 참고 견뎌내는 그리움이네 / 그때의 사랑 내게 / 웃음과 행복 주었고 / 지금의 내 사랑은 / 눈물 속의 새 지평 열어주는 침묵이네 / 믿고, 의지하고, 희생하고 / 서로를 간절히 바라는 게 사랑이라면 /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네 / 들꽃 하나 사랑하며 / 외로운 길도 걸어가리 / 길 끝까지 저 별 하나 사랑하리”입니다.


  이렇게 사랑은 환희일 수도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며, 상대를 이해하고, 어느 때는 침묵하는 것이 값진 사랑일 것입니다. 현란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슬픔을 참기 어려운 상처를 받는 것도 사랑이지만 말없이 배려하는 침묵의 사랑이 더 성숙한 것이 아닐는지요. 작고하신 장영희 서강대 교수님은 티즈데일의 시에 대해 “사랑할 때는 웃음의 노래도 슬픔의 눈물도 다 찬란한 선물”이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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