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하루
요 며칠 우리 집에서 지내는 예쁜 네 살 수아는 아침저녁으로 하는 '약 먹여주기 놀이'를 좋아한다. 유산균 한 알, 홍삼 두 알, 종합비타민 한 알... 이모 입으로 쏙쏙 넣고 물 한 잔 떠다 주면 임무 완수. 어제저녁도 신나게 자기 일을 하러 식탁으로 뛰어왔다가 수아가 장난치는 줄 아신 외할머니의 호통에 엉엉 울었다. 꼭 안고 토닥여도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지 훌쩍였다.
"수아야, 고마워. 이모 도와주려고 한 거 알고 있어. 할머니가 오해하신 거야."
"나 많이 놀랐어."
"이모도 깜짝 놀라면 울 때가 있어. 그럴 땐 이모도 눈물이 나."
"나 놀라서 울었어."
"그럴 때는 이모가 안아줄게. 이렇게 꼬옥 안고 있으면 괜찮아."
"고마워, 이모."
수아를 한참 달래며 그동안 달래지 못한 내 안의 어린 마음을 끌어안아주었다. 미안해, 나는 그것도 몰랐어. 별 것도 아닌 일에 왜 그렇게 잘 우냐고 다그치기만 했는데. 서른이 넘었는데도 내 안에는 태어난 지 세 해를 겨우 넘긴 마음이 살고 있어 나를 그렇게 울렸구나.
2주 만에 병원에 들러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저 엊그제는 남편이랑 통화하다가 대단한 일도 아닌데 눈물이 주룩주룩 났어요. 아이고, 남편이 많이 놀라셨겠네요. 남편이 제가 왜 놀랐는지 잘 분석해줘서 금방 수긍했어요. 그래도 눈물이 계속 나긴 했지만요. 내면에 관심이 많은 좋은 분과 만나셨네요. 남편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듯이 아침저녁으로 남편과 대화를 나눈다. 의사와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고, 요즘 내가 읽은 책도 이야기하고, 수아가 어떤 장난을 쳤는지도 보고한다. 남편은 오늘 어떤 운동을 했는지 자랑하고, 방금 새롭게 발명한 별명을 내게 붙여 불러준다.
나에게는 수아도 있고, 남편도 있고, 퇴근길에 불법으로 인도를 점거한 꽃무리도 있으며, 봄도 있으니,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