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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Oct 31. 2020

학습예찬

2016년 1학기 12주차_‘세한(歲寒) 정신’

산과 들에 초록빛 신록이 무성합니다. 황사와 미세먼지만 아니면 가장 살기 좋은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숲 속에는 다양한 수종(樹種)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듯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무들이 사시사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1년 내내 변함없이 본래 색깔을 냅니다.


추사 김정희는 유배지 제주에서 '세한도(歲寒圖)'를 그렸습니다. 국보 180호 세한도에는 초라한 집 한 채와 소나무가 등장합니다. 그의 제자 이상적의 변함없는 정성과 보살핌에 감사하는 뜻을 담아 그려준 것입니다. 이상적은 당시 역관으로 청나라에 자주 왕래했는데 귀양살이하는 스승을 위해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보내주는가 하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승을 보살펴드렸습니다. 


세한도의 발문에는 “날이 차가워(歲寒)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松柏)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신록의 계절에 모든 생명체들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지만, 추운 겨울이 오면 소나무와 잣나무를 제외하곤 모든 생명체들은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새 봄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인간사에서도 어려운 지경을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입니다.


학습도 세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학습은 허파로 내쉬는 신체 호흡이 아니라 지적 호흡입니다. 이 두 호흡은 쉬지 않고 지속되어야 합니다. 잠시 힘들고 어렵다고 멈추면 생명이 위험해지게 됩니다. 혹한이 몰아쳐도 송백은 푸르름과 의젓함을 유지합니다. 어려울수록 그 존재감은 뚜렷합니다. 


칸트(Immanuel Kant)는 “인간은 학습 동물이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유기체 동물은 신체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하지만, 우리 인간은 지적 호흡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풍파와 시련에도 꿋꿋하게 세한을 이겨내는 송백의 정신으로 학습여행을 지속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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