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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살기 위해, 물속으로

통증과 수영, 그리고 되찾은 일상

by 맛있는 하루


우두둑 우두둑.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뭉친 근육이 어깨, 날갯죽지, 등, 허리, 골반까지 타고 내려간다. 한마디로 왼쪽 목부터 엉덩이까지 마비 직전이다. 아침 잠에서 깬지 30분도 안되어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다.


척추위생을 지킨다고 열심히 스트레칭, 걷기, 수영을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온몸의 근육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낸다.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랬나 싶지만 억울하다.


"근육이 원래 없는 체질이에요. 허리 뼈는 80대 어르신들처럼 낡았고, 디스크는 다 닳아서 없어요. 지탱할 뼈도, 디스크도 없으니 근육이 일을 해야 하는데요. 근육도 없으니 조금만 피곤해도 등, 허리 전체가 굳는 거죠. 평소 자갈밭에서 근육이 피로해지면 돌덩이가 되는 겁니다. 근육을 키우는 수밖에는 없어요. 운동이 답입니다. 대신, 어떤 운동을 하든지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해야하니 조금 낫고 시작합시다."


어떤 병원에 가도 의사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운동이 답이었다.


하지만, 통증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은 숨쉬기 운동뿐이었다.






일년 반 전, 드디어 때가 왔다. 나의 젊은 시절을 다 앗아간 통증도 양심이 있는지 살짝 나태해졌다. 수세권(수영장 도보권)인 동네로 이사를 하며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이십여 년 만에 재개한 수영,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였던 운동이 내 삶의 우선순위 최상단에 위치하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수영장 회원이 거의 없어 황제수영(1인 1레인)을 만끽하는 재미에 갔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물에 둥둥 떠다니는 맛으로.

컨디션이 좀 좋은 날에는 수영을 하러.

흐린 날에는 열탕에 몸을 담그며 쑤신 몸을 달랬다.


출처: https://www.pexels.com/


그렇게 반년을 보내다보니 물에 둥둥 떠다니는 날보다 수영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몸이 무거운 날에도 몸을 질질 끌며 수영장 물 속에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수영장에 가지 않는 날에는 뭔가 허전했다.


"근육을 키우려면 근육운동을 해야하는 거 아니야? 수영은 유산소 운동이지 근육운동까지는 안될걸?"


"헬스 PT를 받아. 아니야, 필라테스를 해야 해."


"매일 수영하는 것은 도움이 안돼. 주3회만 해."


허리를 위해 수영을 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조언을 해주셨다. 다른 운동과 병행할까 싶다가도 숨쉬기만 하다가 수영을 매일 하게 된 것이 어딘가. 근육이 어디 쉽사리 붙겠는가. 일단, 2~3시간마다 누워야 하던 저질 오브 더 저질 체력을 조금 끌어올리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매일 했다.






그러다보니 살게 되었다.


수영이 통증을 이겼다. 아니 가끔은 또 지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눕지 않고 반나절 이상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고, 주6일 병원행에서 주3일 병원행으로 바뀌었다.


결국 건강한 몸을 만들어가는 건 스스로다. 아픈 건 아쉽지만 덕분에 웃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건강관리 평생 쿠폰'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획득했다. 잊어버릴 만하면 알아서 일깨워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일명 팽생 밀당.

출처: 용석경,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오늘도 병원을 다녀왔다. 정형외과 약도 타고, 척추가 틀어져 한의원에서 추나치료도 받았다. 통증이 올라와서 짜증이 나고 화도 났다. 걷기조차 힘들어 오늘은 수영을 쉴까. 하루쯤 쉬어도 되겠지 싶다가 수영가방을 챙겼다.


흔히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힘드니, 작심삼일을 3일마다 다지면서 운동의지를 되살리라고 한다. 아픈 건 정말 아쉽지만, 작심삼일을 반복하지 않고 통증으로 알아서 일깨워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운동이 답입니다."

의사의 처방이 생각난다.






아픈 건 아쉽지만 덕분에 '건강관리 평생 쿠폰'을 획득했다. 살길은 운동뿐.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수영장으로 간다. 물속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다시 살아난다.


앞으로 이곳에 물속에서 되찾은 나의 일상을 기록하려 한다.


나의 살길, 수영장은 오늘도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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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