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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수영

16시간의 공복이 내게 가르쳐준 것

by 맛있는 하루


위가 시려온다. 속에서 신물이 나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배 속에 돌덩이가 들어찬 듯, 복부가 딱딱해져왔다.


만성 위염과 만성 식도염, 또 존재감을 내기 시작했다.


위에 좋다는 음식들로 식단을 바꾼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효과가 없다. 양배추즙, 양배추 샐러드, 양배추 찜. 정말이지 신물 나게 먹었고, 진짜 위에서 신물이 났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기도 지쳐서 일단 굶었다. 위를 하루 이틀 비워내면 조금 낫다. 약한 위가 일하기 싫다고 존재감을 나타냈나 싶기도 하다.


신혼 초에는 아침 6시에 삼겹살 구워서 쌈 싸 먹고 출근하고, 하루 세 끼 모두 고기를 먹어야 해서 별명이 '고기조(고기 줘를, 나의 성 '조'로 바꾸어 불렸다)'였다. 이제는 매일 한 번 고기 먹기도 위가 벅차니 스스로 생각해도 나의 위가 참으로 안타깝다.






2~3일 일반식을 먹다가 하루 정도 위를 비워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럴 바에는 간헐적 단식을 해볼까?


체중조절뿐 아니라, 간헐적 단식이 소화기 계통의 휴식으로 소화불량 및 위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간헐적 단식은 하루 일정 시간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단식을 유지하는 식사법이다. 체중조절(일명 다이어트)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6시간 금식 후 8시간만 식사하는 16:8, 또는 14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14:10이 있다.


일단, 16:8 간헐적 단식에 도전해봤다.


12시간이 지나자 속이 비워지는 게 느껴졌다. 14시간 지나자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며, 음식 생각이 났다. 수육, 김장김치, 된장찌개, 추어탕, 자장면, 탕수육.....


16시간째, 뭐부터 먹을까. 허겁지겁 먹으며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나자, 역시 작심삼일이었다. 공복 후 허겁지겁 먹어대니 위가 더 아파왔다.






때려치자 싶을 즈음, 수영을 시작했다. 그것도 오전에.


pexels-symeon-ekizoglou-1107605-2105912.jpg 출처: pexels.com


고딩인 작은 넘 등교할 때 맞춰 집을 나선다. 아침 7시 반~8시에 수영장 입장, 50분 수영, 반신욕, 사우나를 하고 집에 온다. 수영장에서 2시간, 오가는 시간 10분씩, 약 2.5시간은 걸린다.


수영하기 전에 뭔가를 먹고 가면 둘 중 하나가 된다. 체하거나 물속에서 무겁다는 느낌으로 허우적대거나. 그래서 수영은 공복 상태로 가려고 하는 편이다.


오전 수영을 하다 보니 즐겁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었다. 저녁은 오후 6시경 먹고, 그다음 날 수영 후 10시경 아점을 먹었다. 처음에는 수영 후 집에 가는 길이 너무 허기져서 두유를 마시기도 했다. 이것도 습관이 되니 점차 익숙해져서, 요즘은 16시간 공복, 최소 14시간 공복 유지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
- 키케로


위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고 나니 위염, 식도염으로 고생하는 날도 줄었다. 일정 시간에만 먹으니 좀 더 양질의 음식을 먹고 싶어졌고, 당연히 소화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수영을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간헐적 단식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위염과 식도염의 고통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을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목적'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건강을 위해 억지로 뭔가를 시작하면 작심삼일로 끝나기 쉽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내 생활의 일부가 된 일 속에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습관이 따라온다면, 그건 억지가 아니라 삶이 된다.


억지로 하는 건강관리보다, 좋아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는 건강이 오래간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 속에서 건강도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밥보다 수영을 선택한다. 건강은 그렇게 뒤를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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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