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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으로 실천하는 심플 라이프

하루를 여는 루틴, 수영

by 맛있는 하루


눈을 뜬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침대 위에서 팔을 뻗고, 발목을 돌린다. 밤새 굳어있던 몸을 깨운다. 이것이 나의 아침이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이야기한다. 물건을 줄이고, 소비를 절제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진짜 단순함은 루틴에서 시작된다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나만의 루틴을 만든다. 루틴이 선택의 피로를 덜어준다. '오늘 아침에 뭘 할까?'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 이런 질문들이 사라진다.


루틴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생긴다.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단순함에 대하여 _ 마음의 욕심과 번뇌를 덜어내기, 최소한의 물질로 살아가기, 돈을 좇는 일에서 자유롭게 되기, 먹고 입고 즐기는 것에서 유행따라 하지 않기, 현재에 마음을 집중하기, 이런 기반 위에서 단순한 생활을 세울 수가 있다."

— 장석주,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현재에 마음을 집중하기.

'그래, 지금 이 순간이지.' 수영장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pexels-kindelmedia-8688140.jpg 이미지 출처: https://pexels.com/



수영장에 간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물에 들어간다. 차가운 물이 피부를 감싸는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진다. 물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킨다. 오직 호흡과 움직임만 남는다.


팔을 뻗는다. 다리를 차올린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신다. 이것이 전부다. 복잡한 세상, 복잡한 생각, 복잡한 감정들이 물속에서 씻겨 내려간다.


레인을 가른다. 한 번, 두 번, 스무 번. 횟수를 세기도 하고, 잊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 순간의 움직임이다. 몸이 기억하는 리듬.


수영을 마치고 샤워실로 향한다. 어깨가 묵직하다. 팔 근육이 땡긴다.


열탕에 몸을 담근다. 뜨거운 물이 피부를 타고 근육 속으로 스며든다. 어깨가 서서히 풀린다.


사우나실. 뜨거운 공기가 몸을 감싸고, 땀이 피부를 타고 흐른다. '이거야.' 등을 벽에 기대며 중얼거린다. 열기가 허리 깊숙이 스며들어 뭉친 긴장을 풀어헤친다.


샤워를 하고 나온다. 몸이 가볍다. 근육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맑다. '오늘도 해냈구나.' 작은 성취감이 하루를 든든하게 떠받친다.


집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몸도 깨어났고, 마음도 정돈되었다. 루틴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사람들이 말한다. 피곤하다고. 지친다고. 나도 그랬다. 허리디스크 통증이 삶을 잠식했다. 주 6회 병원에 다녔다. 물리치료를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다. 그래도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앉아있기도, 서있기도 힘들었다. 통증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상실감이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마음을 갉아먹었다.


수영을 시작했다. 물속에서는 중력이 사라지고,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다.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움직임을 늘려갔다. 몸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답했다.


지금은 주 3회 병원에 간다. 주 6회가 3회로. 절반이다. 통증도 줄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 믿음이 돌아왔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아침 루틴이라는 단순한 반복—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스트레칭하고, 수영장에 가는 것. 이 작은 실천이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마음도 단단하게 만들었다.



작은 루틴이 삶을 바꾼다.


몸이 단련될수록 마음도 맑아진다. 시들해지던 몸을 챙기다 보니 마음날씨도 가꿔지고 있었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의 루틴은 계속될 것이다. 몸과 마음의 맑은 날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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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