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트먼트와 컨디셔너, 그리고 수영장에서 배운 것
"사람이 부자인지 아닌지는 신발과 머리결에서 나와요."
유튜브 숏츠로 봤던 드라마 '안나'의 대사다. 한 번 듣고 잊히지 않았다.
얼마 전 임세령의 아들 해군 장교 임관식 사진을 봤다. 임세령의 비단결 같은 머리결에서 품격이 좌르르 흘렀다. 머리결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안 그래도 머리카락이 개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던 참이었다. 몸매도, 피부도 별로지만 머리결만은 좀 샤랄랄라하고 싶었다.
매일 수영장을 다니다 보니 머리카락 손상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푸석푸석은 기본. 끝이 갈라졌다. 긴 머리 끝까지 영양을 주지 못하는 노화 탓일까, 헤어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일까.
일단 머리 기장부터 자르자. 한걸음에 미용실로 향했다.
"고객님, 손상이 심하네요."
"수영을 매일 해서 그럴까요? 샴푸 후 매일 트리트먼트를 하는데도 이래요."
"트리트먼트랑 컨디셔너를 번갈아 가면서 해주세요."
"네? 컨디셔너보다 트리트먼트가 영양도 많고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영양 공급은 트리트먼트가 하지만, 컨디셔너는 머리카락을 코팅해주거든요. 비슷한 듯하지만 두 개의 역할이 달라요."
단지 영양분 유무의 차이인 줄만 알았는데, 쓰임이 다르다니. 집에 돌아와 검색창에 두 제품의 차이를 쳐봤다.
컨디셔너(린스)는 샴푸 후 열린 큐티클을 닫아 매끄럽게 한다. 엉킴과 정전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두피를 피해 모발 끝 위주로 바르고 짧게 헹군다.
트리트먼트는 단백질, 오일 등 영양 성분이 모발 속으로 스며든다. 손상 회복과 탄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손상 부위에 바르고 최소 5~20분 방치한 뒤, 스팀 타월이나 헤어캡으로 흡수를 돕는다.
함께 사용할 때는 트리트먼트 → 컨디셔너 순서다.
'모발 과학(Hair Science)'에 따르면, "트리트먼트는 모발 내부 구조를 보강하고 컨디셔너는 외부 보호막을 형성한다."고 했다. 둘 다 필요했던 것이다.
금손이 필요할까 싶지만, 여기저기 똥손이니 일단 함께 써보기로 했다. 트리트먼트 후 컨디셔너. 순서만 기억하면 된다.
샴푸 후 트리트먼트를 바른다. 수영복을 세탁하고 비누로 몸을 씻는다. 3분쯤 흘렀을 때 헹궈낸다.
수영장의 진짜 맛집, 온탕. 뜨끈하게 반신욕을 한다. 나와서 컨디셔너를 바른다. 두피는 피하고 모발 끝에 듬뿍. 짧게 헹군다.
머리카락에 나의 관심을 듬뿍 준다는 느낌으로 일주일이 지났다.
샤랄랄라~~까지는 아니지만, 푸석푸석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겨우 일주일인데 이 정도면 성공 아닐까. 집안 남자들은 여전히 몰라보겠지만, 나 혼자만의 변화에 벌써부터 뿌듯하다.
수영장에서 집으로 오는 길.
반짝반짝한 햇빛이 내 머리결 위로 쏟아진다. 한 달만 꾸준히 해봐야지. 온 세상의 트리트먼트와 컨디셔너를 내 머리에 투자한다는 느낌으로.
문득 미용사의 말이 떠올랐다. "비슷한 듯하지만 두 개의 역할이 달라요."
트리트먼트는 영양을 채우고, 컨디셔너는 보호막을 쳐준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둘 다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수영 전의 스트레칭, 물 속에서의 호흡, 땅 위에서의 근력운동, 온탕에서의 이완.
각각의 시간이 따로 노는 것 같아도,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쓸모가 있다. 그저 우리가 그 역할을 모를 뿐이다.
혹시 아는가. 내년 연말쯤에는 뒷모습만으로도 '머리결 부자'가 되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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