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미터의 새해 다짐

물속은 나만의 생각 공간

by 맛있는 하루


수영장 휴관일 다음 날 아침엔 오전반 회원들이 다들 늦게 출근한다. 자유수영 위주라 어르신 회원들이 많다 보니, 차가운 물이 조금 데워진 뒤에 나오시는 것을 선호하신다.


그래서인가. 1월 2일. 2026년의 수영장 첫 오픈일. 아무도 없다. 이것은 황제수영이다.


물 온도는 산속 계곡물처럼 차갑다. 겨울에는 자유형 세 바퀴를 돌면 미지근해져야 하는데 여섯 바퀴를 돌아도 여전히 계곡물이다. 열 바퀴를 돌아도 헉헉거림이 없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열감도 없다.


그만큼 물 위를 미끄러지는 맛도 좋다. 느껴본 자만이 아는 슝____슝_____, 물 맛.




차가운 물을 온몸에 뒤집어쓰면서 올 한해 수영을 계획해본다.


"올해는 뭘 해볼까."


고질병 허리디스크로 자유형, 배영밖에 못하지만. 또 나홀로 자유수영이지만, 혼자서 하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


첫째, 시간 단축이다. 현재 기록은 30바퀴에 40분. 자유형만 돌면 35분, 배영과 섞으면 40분에서 45분. 이 기록은 컨디션이 좋을 때의 얘기다. 안 좋을 때는 50분까지도 걸린 적이 있다. 배영 15바퀴, 자유형 15바퀴, 총 30바퀴에 35분으로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


둘째, 잠영 25m 도전하기. 평영이나 접영 발차기가 안 되기 때문에, 자유형 킥으로 잠영을 해야 한다. 그것도 오리발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말이다. 현재 유튜브를 보고 혼자 연습해서 1/3 지점까지 갔다. 상반기 목표는 잠영으로 2/3 지점까지 가보는 것. 무호흡 자유형 25m가 가능하니 잠영도 노력하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pexels-kindelmedia-8688170.jpg 이미지 출처: pexels.com

물속에서는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세상의 소음도, 걱정도, 조급함도 수면 위에 남겨두고. 25미터를 오가며 나는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한다.


매일 수영을 마치고 나면 나만의 주문을 외쳐본다.


"오늘 수영 완료." 오수완.


늘도 물속에 뛰어든다

평선을 향해 팔을 뻗는다

주의 기쁨을 상상하며


"35분, 할 수 있어."


물을 가르며 시간을 단축하는 상상을 한다. 사이드턴을 할 때마다 로켓이 발사되듯이 추진력을 얻어 물 위를 쭈욱 가른다. 어느 날 문득, 35분. 아니 어쩌면 33분.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잠영도 마찬가지다. 잠수함처럼 물속 깊이 잠긴 채 나아가는 나. 2/3 지점까지 닿는 날, 나는 더 오래 물속에 머물 수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여름날, 잠수함이 25미터 끝에 도착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해냈다!" 외치는 나를 상상한다.




물속에서 보낸 시간이 쌓여 한 해가 된다. 시간 단축 5분이든, 잠영 5미터든, 작은 진전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계곡물처럼 차가워도, 몸이 무거워도, 나는 오늘도 물속에 들어간다.


25미터를 왕복하며 혼자 외친다. "오수완."


2026년, 나는 물속에서 조금씩 나아간다. 황제수영의 고요함 속에서, 로켓 같은 턴을 꿈꾸며, 잠수함처럼 깊이 잠기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레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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