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 끝나면 왜 화장실이 급할까?

포유류 잠수 반사 MDR

by 맛있는 하루

"아... 화장실 가고 싶다... ㅠ.ㅠ"


수영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찾아오는 불청객 감각이 있다. 분명 물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쯤은 확인하듯 다녀온다. 그런데도 물속에서 몇 바퀴를 돌고 나면, 어김없이 신호가 올라온다.


“분명 다녀왔는데, 왜 또지?”

"설마, 또?"


처음엔 신경성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참을성이 없는 걸까.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그러다 어느 순간 부터 수영장 화장실 루틴이 생겼다.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한 번, 혹시 몰라서 한 번 더. 그리고 수영이 끝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한 번, 습관적으로 또 한 번.


수영 운동 루틴에 '화장실 왕복 세트'까지 포함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만 그런 걸까? 대체 문제가 뭘까?




우연히, 건강 칼럼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유를 알게 되니 조금 덜 억울해졌다. 이건 의지나 물의 섭취양이 문제가 아니라, 몸의 시스템 때문이었다.


사람이 물에 들어가 얼굴이 물에 닿으면, 몸은 자동으로 ‘잠수 모드’로 전환된다. 이를 ‘포유류 잠수반사(Mammalian Diving Reflex, MDR)’라고 한다. 심장은 조금 느리게 뛰고, 혈액은 중요한 장기로 모이며, 산소를 아끼려는 방향으로 몸이 재정비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장은 묘한 판단을 한다. 지금은 물속이니 굳이 체내에 수분을 많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 평소보다 더 많은 소변을 만들어낸다.


결국 우리는 물속에서 더 자주 '화장실에 가고 싶은 몸'이 된다.


확실히,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몸의 감각은 달라진다. 공기 중에서는 또렷하던 감각들이 물속에서는 말랑해진다. 발목 부상으로 한 달 만에 다시 수영장에 들어갔더니, 그 느낌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물속에 들어가니 마치 말캉한 젤리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몸을 움직이면 즉각 반응하는 대신, 아주 미세하게 늦게 따라오는 저항이 있다. 단단하고 명확한 세계가 아니라, 부드럽게 밀리는 세계.


수영장의 평화로운 수중 여행.png AI 생성 이미지 활용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낯선 세계에 들어서던 순간처럼, 분명 같은 몸인데도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곳에 들어온 느낌. 현실은 그대로인데, 감각만 살짝 다른 층으로 미끄러진 것 같은 기묘함.


물속은, 내가 알던 세계와 아주 조금 어긋난 곳이다.


그래서일까. 물 속에서는 내 몸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심장 박동도, 감각도 바뀌고, 심지어 배설의 리듬까지 달라지는 걸 보면. 내가 아는 ‘평소의 몸’이 아니라, 물속에 맞춰진 ‘다른 버전의 몸’이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 몸 어딘가에 '수영모드' 버튼이 있어서, 그걸 누르면 포유류 잠수반사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몸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물속에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끝까지 편안하게 수영할 수 있는 몸. 화장실 생각 따위는 전혀 들지 않는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아마 그건, 수영이 수영이 아닐 수도 있겠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그 말캉한 감각도, 몸이 다르게 작동하는 이 낯섦도, 결국은 내가 물이라는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증거니까.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동시에 아주 인간적인 반응이다.




오늘도 나는 수영 전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화장실에 다녀온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이미 알고 있다. 곧 다시 신호가 올 거라는 걸.

그래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 이렇게 말할 뿐이다.


"아, 또 켜졌네.. 포유류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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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