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음식이 뭐지?
외식과 배달음식에 익숙해지면서 더부룩한 나의 위장을 탓할 일이 많아졌다.
온갖 알 수 없는 양념과 MSG가 들어간 음식, 방부제로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공식품, 과자,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들어진 디저트가 나의 식습관이었다.
야채는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쌈을 싸 먹는 게 전부였고, 과일보다는 달달한 도넛과 케이크를 선호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무의식의 세계라 의식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늘 먹던 대로 먹게 된다. 오랫동안 나쁜 식습관을 유지해 오면서 무기력감 잠을 많이 자도 늘 피곤하고, 지루한 일상은 음식을 조금씩 바꾸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인터넷만 서치 해도 무수히 쏟아지는 건강정보, 유명인들의 드라마틱한 다이어트 광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샐러드 구독서비스, 운동만 하면 무조건 바디프로필은 촬영해야 될 것 같은 세상에서 나만의 방식을 갖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누가 보든 안보든 꾸준히 음식기록을 하고, 감정일기를 쓰면서 돌이켜보니 지금의 난, 많이 달라져있다.
케이크와 크림빵이 먹고 싶으면, 자연 상태에 가장 가까운 채소, 제철과일의 양을 늘려 도시락에 담았다. 부드러운 빵을 씹는 것보다 씹을수록 단물이 나오는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버터와 설탕의 단 맛으로 내 혀를 유혹해 크림빵만 보면 침이 저절로 고이는 현상이 이제는 사라졌다.
크림브륄레 도넛에서 삐져나오는 크림만 상상해도 행복했던 시간이 있을 정도로 난 빵순이었던 내가 빵을 멀리하고, 자연에서 나온 고구마, 단호박을 씹을 때 나오는 단 맛을 아는 순간 이제야 어른이 된 건가...
감말랭이, 고구마 말랭이보다 자연에서 바로 나온 감, 고구마를 먹고, 가공식품보다 과일, 채소를 더 먹는 한 끼의 기록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