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는 길

사랑하는 이에게 달려가는 기분

by 피카타임

공항.
나는 종종 공항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비행기 티켓도 없이 여행객들 틈에 끼어 공항 내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다.
한결같이 시끄럽고 북적이는 그 분위기 속에는 설레임이 깃들어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나도 함께 들떠 일상을 잠시 벗어났다 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을 비행기와 호텔의 티켓을 예매하는 일에서부터라 한다면 공항의 도착은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겠다.
나의 여행의 기쁨이 극에 달할 때는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다.

그 시간은 일상으로부터 떨어지는 순간임과 동시에 여전히 일상인 시간이다.
나의 여행의 남은 시간이 가장 많은 시간이며
아직 아무것도 실수하거나, 낯설지 않고,
내손에 들어 있는 모든 계획이 백 프로 기대대로 실현될 거라 신뢰가 가득한 시간이고, 늘 변수인 나의 체력에 초록색 배터리가 가득한 상태 시간이다.
가짜 여행객 놀이에 남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며 택시 안에서 보이는 머리 위로 지나가는 타인들의 비행기에 너그러이 손을 흔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이다.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에 따라 그 설레임의 색깔도 약간 달라진다.
이른 아침 시간의 비행기를 타야 할 때면 공항에 도착할 때는 그믐달을 볼 수가 있다.
평소에 새벽잠이 많은 나는 그믐달을 볼 기회가 많지가 않다.
초저녁에 뜨는 초승달의 반대 방향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그믐달을 마주 할 때의 기분이란.
타국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우주로의 여행이라도 가는 듯 나의 설레임엔 벅찬 경이로움이 더해진다.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도착하는 저녁에는 묘한 쾌감이 있다.
나의 퇴근처가 오늘은 집이 아니다.
하루 일과의 끝에 밀려오는 피곤함으로 곤죽이 되거나 오늘과 같은 모습의 내일 일과를 위하여 몸을 사려야 마땅한 시간인데 난 다른 곳에 와 있다.
몇 시간 후면 난 타국의 호텔 침대에서 자고 있을 테고, 내일은 오늘과는 180도 다른 날이다 못해 오늘을 한 톨만큼도 기억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이 시간 평소의 피로가 꾀병이라도 되는 듯 나의 몸엔 아드레날린이 과다 방출 상태이다.

몇 년 전 '공항 가는 길'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이 스튜어디스이고, 주인공의 아이가 말레이시아에 조기 유학 중이라 공항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처음에 나는 제목이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제목의 의미가 다시 다가왔다.
그래 그거지 , 사랑하는 이에게 달려가는 길.
그 길의 설레임을 가장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바로 '공항 가는 길이지'.
드라마를 본 그해,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 가는 차 안에서 난 그 드라마의 ost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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