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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Apr 03. 2022

봄 밤



난 자주 취기를 느낀다. 계절 때문이기도  하고, 바람 때문이기도 하고, 늦은밤 공기때문이거나, 음악 때문이기도, 종종 책이기도 하고, 사람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알코올을 마셨을 때와 거의 흡사하다.

모습이 그렇다기보다는 심장이 갑자기 쿵쾅 강한 펌프질을 시작하면 혈관을 도는 피에서 미열이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난 그 순간이 추워서 몸을 감싼다.


어젯밤 첫 벚꽃을 보았다. 그 순간 또 심장이 쿵쾅한다. 피는 모습을 보며 지는 걸 걱정하게 되는 유일한 꽃인 것 같다.

봄에는 아파트를 보는 기준이 달라진다. 집값이 어떤지, 위치가 어떤지는 떠오르지 않고 벚꽃나무 있는 아파트, 없는 아파트로만 오로지 구분된다.  매력 없는 높은 집들이 벚꽃 사이로 보니 유원지 같다.


사진을 찍는 게 익숙하지 않다. 사실 좀 귀찮다. 이쁘니까 찍는데 보는 것만도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매년 열몇 개 겨우 찍은 사진을 보며 아쉬워했는데 올해는 백 장쯤 찍고 싶다.


봄. 또 돌아왔다. 봄에 한 일 때문에 나머지 계절들을 후회로 살기도 하고, 뿌듯해하며 살기도 하는  나의 계절.

좋아하면서도 늘 조심스러운 그런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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