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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Dec 31. 2021

12월 31일

밤하늘의 별이 추위를 쏟아내고 있는 것 같다. 추울수록 별은 더 빛나고, 계절의 향은 진해진다.

훅~들이쉰 숨을  타고 들어온 찬 공기가 온몸을 묶어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렇기에 종종 거센 추위 속에서 걷지를 못하고 제자리에 그냥 멈춰서 있다.


날이 추워지니 또 남 걱정의 시작이다.

오늘도 산에 사는 사람들 겨울에 어찌 살까,

바닷가 사는 사람들 겨울에 어찌 살까.

겨울을 지내는 그들의 삶을 몇 장면 떠올리다가 몸서리치며 난 못살아...했다.


그러다 문득 그들도 겨울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찌 살까 몸서리친다면,

누군가는 난 못살아 하는 그 삶을 내가 대견스레 살고 있는 거라면...

그러자 추위를 견디는 이 모든 일에 사명감이 생긴다.


귀가. 침대 위에 펼쳐진 이불.

그 속을 파고들며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저 편하게만 살고 있는 거지, 대견할게 무엇이 있을까.

'힘들어 죽겠다' 하려던 게 쏙 들어가고

'그저 감사합니다'로 대신하며 몸을 쉰다.


한해의 마지막 날.

이것저것의 척도로 올해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해보려던 일을 집어치웠다. 그냥 난 있어야 할 곳에 있었고, 이겨내지는 못했어도 잘 견뎌냈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건강했음에 감사하며 마치 마지막 날이 아닌 듯, 내일이 되어도 나이가 여전히 그대로인 듯 소란스럽지 않게 오늘을 보내기로 한다.

지구가 무사히 또 한 바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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