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바람이 얼마나 많이 부는지 하루 종일 머리카락을 넘기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내 얘기를 한참 듣던 친구가 그런다.
"그러니 갑자기 친해진 사람을 경계해."
"그런가...?" 갸우뚱거리는 마음에 찻잔을 빙그르 돌린다.
9월은 사람이 생각난다. 멀리 있는 가족들도 지난 사랑도 못 보고 있는 친구들도...
바람결에 사람들이 잔잔히 떠올랐다 흘러가자,
"어쩌다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사람을 경계할 필요는 없지"
'그런 사람 하나' 일 뿐인데.
한 사람이 이상한걸 내 모든 소중한 인연들에 일반화시킬 필요는 없다.
조심할 것도 없고, 조심 안 했다 반성할 것도 없다.
9월은 이렇게 부는 바람 두어 번에 잊을 사람 잊어버리기도 좋다.
9월은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 할 것 같다. 12월의 카페에선 괜히 핫쵸코를 시키는 것처럼.
숫자 9를 보면 브라운 칼라가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9월은 모든 것이 가을이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눈을 감고 생각하니 가을의 모든 풍경을 좋아하면서도 그 시린 바람에 생각이 머물자 망설임 없이 가을이 싫다. 겨울이 싫은 것과는 다르다.
가을은 사랑하는데 싫은 사람 같다.
그건 가장 지독한 미움이다.
그 시린 바람 때문에 가을은 분명 외로울 것이다.
그럴 때면
늘 그랬던 지난 가을들과 같은 걸음걸이로
난 어느 풍경을 찾아 그 속에 앉아 있을 것이다.
가을은 꼭 술에 취할 필요가 없다.
꽃향기에, 서늘한 바람에, 이른 노을에, 형광빛을 내뿜는 플라타너스의 물든 잎에... 가을은 그냥 있어도 늘 취할 것 투성이다.
싫은 가을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와서 머물러야 한다면
어서 금목서나 피길... 만리를 간다는 그 향기... 너무 좋아 가득 움켜쥐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아기의 볼과 같은 향기.
올 가을은 금목서를 한발 앞에 두고 돗자리를 펴야지...
소풍 비슷한 그런 날을 하나 적어두곤 가을 계획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