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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나 Aug 16. 2023

나에게 닿는 손길

휴식 중 만난 하느님 - 가톨릭 예술가 커뮤니티 잔잔 7월 챌린지

  나의 아침은 식물들을 돌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식물들이 밤새 잘 지냈는지 확인하는 것은 나에게 휴식이자 위로이다. 작은 화분들은 손으로 들어 올려 식물과 눈을 맞춘다. 그러면서 화분의 무게를 가늠하여 흙에 얼마나 물기가 남아 있는지를 느낀다. 큰 화분은 손가락으로 흙을 지그시 눌러보면 흙에 스며있는 물기 정도를 촉감으로 알 수 있다. 모든 화분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파열음을 낼 듯한 마음의 팽팽한 현은 어느덧 긴장을 풀고 부드러운 저음을 노래하고 있다.


   식물은 스스로 알아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키운다. 그리고 꽃을 피워야 할 계절이 되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펼쳐 보인다. 그저 물과 비료를 주고 가끔 가지치기만을 하는 내 단순한 관리에 비하면 그들이 보여주는 싱그러운 생명은 눈부시다.


   나는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자신에 대해 자책할 때가 많다. 오늘을 성실하게 보내게 도와달라고 기도하지만, 내 모습이 당장 그럴싸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매일 조금씩 쌓인 좌절감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가끔은 끝이 가늠되지 않는 터널 안에 있는 듯한 마음이었다.


   그런 좌절감으로 매몰되던 어느 날, 식물들이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잎사귀를 넓게 펼치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보였다. 그리고 생명을 돌보는 하느님이 불현듯 느껴졌다. 꽃을 돌봐주시듯 나에게도 크신 분의 돌봄이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자신에게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그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아침, 잎사귀와 꽃잎을 만지며 나에게 닿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발걸음을 맞추어 나와 함께 걸어주실 하느님을 떠올린다. 나의 오늘은 부족할지라도 하루하루가 쌓인 언젠가의 나는 제법 괜찮은 인간이 되어 있으리라.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그분은 언제나 옳은 길로 날 이끌어주시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 어깨에 기대어 그분의 온기를 느끼며 한 발 한 발 내디디면 된다. 그분은 늘 내 곁에 계시기에.    







<창작노트>

저는 식물 가꾸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은 줄기가 자라서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신비에 대해 저절로 생각하게 됩니다.

식물의 잎사귀와 줄기를 살피고 그것과 눈을 맞추고 있노라면

세상과 자연, 그리고 나와 절대자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식물을 가꾸는 것은 저에게 있어

휴식이자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작은 잎사귀 하나하나마다 햇빛이 닿듯

저를 돌보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매 순간 저에게 닿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여린 풀꽃 하나에도 가득 담겨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남은 여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각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 신자 및 사제, 수도자로 구성된 커뮤니티, '잔잔'에서 7월부터 활동하게 됐습니다. 저는 잔잔에서 제 세례명인 '에디트슈타인'을 딴 '에디트'란 이름으로 활동합니다.

잔잔에서는 매월 해당 주제를 공지하고, 그에 맞는 회원들의 창작물을 인스타에 올리는 활동을 주로 합니다.

가을에 기존 회원들의 전시회도 기획되고 있다 하니 혹 제 브런치에 오시는 분들 중 천주교 신자이거나

천주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잔잔 인스타그램에 한 번씩 방문해 주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


잔잔 인스타 주소

www.instagram.com/janjan_c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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