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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bow Jun 21. 2021

등장인물과 함께 하는 여담 - 점순이

김유정 소설에는 자주 등장하는 여자 사람이 있다. 바로 점순이 이다.

요즘에도 '동백꽃'이나 '봄봄'이 문학교과서에 나오는데 30년대 한국 소설 중에서

근대화되던 시기에 농촌이 무너지고 농사를 지으면서 점점 땅을 빼앗기는 부조리한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기때문이다.


점순이는 '니네 집엔 감자 없지?'라며 <동백꽃>의 주인공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선물을 주려하고, 결국 주인공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닭이 죽는 비극이 연출된다.

그리고 <봄봄>에서는 점순이가 주인공에게 빨리 혼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말 좀

하라고 데릴사위인 '나'를 부추기는데  거기 나오는 점순이의 외양묘사가 우스꽝스럽다.

점순이 말고도 점잖은척은 다 하지만 코딱지를 파서 튕기는 동네 이장이나, 점순이 아버지,

봉필이나 다 그 외양 묘사가 우스꽝스럽다. 점순이는 키가 아주 작고 다리 통이 무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저 흔한 여성의 모습이었을텐데 작가 김유정이 묘사해 놓은 점순이는 무슨 참외같다고

표현해놓았다. 요즘으로 따지면 외모평가를 한다며 작가로써 'politically correct'하지 않다고

비판을 들을 판이다.


특히나 점순이의 외양 묘사가 노골적이긴하다. 그저 딱히 잘나지 않은 주인공이 딱 처자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미로 그냥 넘어가는 게 나을 거다.


하필 이름도 왜 점순이인가. 얼굴에 점이 나고 그냥 여자 아이니까 ~순 이라고 성의없이도 지어놨다.

'~자' 보다는 나을 지 모르겠으나 그저 살림밑천으로 고생고생하거나 못났지만 동네에 있을 법한

여자아이로 그려 놓은 게 분명하다.


따져보자면 나의 증조할머니 벌 되는 분이 '점순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나의 증조할머니는 얘기 들은 바로는

대단한 분이었다. 진사 댁은 아니어도 그래도 으리으리한 집의 막내 딸로 온갖 사랑을 다 받고 글도 배우고

해서 사랑 받고 크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다 결국 시집을 보내야 해서 아랫 동네에 가장 장사인 사람과 혼인을

맺어 주었는데 통나무들이 미끌어져 내려오는 사고를 온 몸으로 막다가 거의 누워서 지내다 돌아가셨던 분이

증조할아버지다. 그 당시 2미터 가까이 되었고 천하장사할 때 그 장사였으니 내 기골의 기원은 그 쪽에서 찾아봐야

겠다.


어떻든 증조할머니는 참 똑똑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싸움 꾼으로 동네 어귀에서 싸움만 났다하면

증조할머니였다고 하고 술을 그렇게도 지독히 드셨다했다. 아버지는 증조할머니와 둘이 살았었는데

아빠 고3때 이사를 13번인가 한달에 한 번 꼴로 갔었다고 했다. 참 고생이 훤 했던 세월이다.


그렇게 술을 많이 드신 것이 안좋은 선택이기도 했겠지만 큰 원인은 똑똑한데 뭘 할 수가, 도대체 없는

'여자'라는 이유때문이라고 아버지는 말하신다. 아직도 작은 할머니는 증조할머니 시집살이하던 고생을

얘기하곤 한다.


나야 잘 모르지만 나 아주 어렸을 때, 이리저리 복잡한 가족사에 치여 살지 않으려면 이민을 가라고 했던

분이 증조할머니였다고 하니 그 것만으로도 얼마나 머리가 트여있던 분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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