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작은 사건들 6

시간은 흐르고 -lost track _ 라라 이야기

by moonbow
IMG_1279.JPG 지금은 너무 복스러운 얼굴로 명상 중인 라라


원래는 고양이 세 마리 집사가 어떻게 되었는 지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려 했습니다만

매우 두서없고 게으른 작자라 이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Lost Track


결국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 까먹었습니다.


요 위의 녀석 라라의 이야기부터 차근 차근 하자면 3년전(벌써 만 2년 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가 있겠냐는 물음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소위 '내 마음 속의 지옥'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고 지인의 강아지와 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기 위해 한 달 정도 그 지인의 집에서 머물며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잠은 그들과 잤었는데 강아지는 같이 산책하기가 좋았고 고양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새벽 3시가 되면 캣 타워 위에 있는 밥그릇을 끄는 소리가 나고 한 손으로 아슬아슬하게


"나 떨어 뜨린다, 떨어 뜨린다." 이런 말을 하듯 손으로(발로) 밥 그릇을 슬쩍슬쩍 밀었습니다.

tv를 보려면 딱 시야를 가리게 큰 몸(비만묘였;;)으로 가리고 앉아서 스리슬쩍 뒤돌아 나에게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냈습니다. 궁둥이를 두드려달라하며 팔이 아플 정도로 두드리면 동꼬를 더 보여주며 얼굴가까이 들이 밀었습니다.


"어쩌라구! 팔아파! 그만!" 이라고 해도

은근한 눈빛으로 날 응시하며 큰 엉덩이를 살포시 가까이 나에게 밀었습니다....;;


잠을 잘 때면 강아지와 고양이는 차례로 옆에 앉았고 일어나면 강아지 위에 고양이가, 다시 눈을 뜨면 고양이 위에 강아지가...서로 윗 자리를 차지하려고 꿈틀꿈틀 댔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집에 와서 잠을 자려 침대에 누웠을 때 가슴의 큰 구멍이 뚫린 듯

살아온 지 어언 몇 십년 만에 '혼자는 못 자겠다.'라는 생각이 덜컥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독된 듯 유기견홈페이지에 분양글을 계속 계속 계속 보고 보고 또 보고 하는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모로 누워 자는 밤들이 참 외로웠습니다.


맨 처음 키웠던 강아지는 시골집에서 쥐약을 먹었는지 두꺼비를 먹다가 그 독때문에죽었는지 큰 추억을 쌓기도 전에 떠나버렸고, 그 다음에 키운 강아지는 신부님이 주신 강아지로 사춘기에 접어든 제 마음을 유독 잘 알아준 강아지였습니다. 배 위에 앉아서 울면 얼굴을 닦아주던 아주 똑똑하고 저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던 아이였죠. 하지만 집안 사정때문에 제 손으로 그 아이를 입양보냈고 일주일동안은 아무렇지도 않다가 8일 째 되는 날부터 몰래 밤마다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예전에 키웠던 강아지도 유기견이었고, 산책을 하며 건강을 되찾게 해줬던 강아지들도 다른 집에서 키우지 못해 시골집에 맡긴 아이들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어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사진으로 봐도 무서워보이기만 하고.


하지만 강아지는 제가 키울 자격이 안됐습니다. 일단 원룸에 살고 미혼 여성, 1인가구는 기본적으로 파양률이 매우 높은 집단으로 입양자격이 안됐습니다. 신병비관을 하다가 ...(웃픈 ㅋ)

누군가 구조했다는 라라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하얗고 공주같던 모습. 까만 두 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자를 했다가 거절당하면 더 상처 받을 것 같아 고민고민하다가 거절당하고 차라리 신경 끄는 게 나을 것 같아 문자를 보냈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뭐가 그리 겁났던지..)


몇 몇 질문에 저는 합격을 받고(? ㅋ ) 4월 초 토요일에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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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온 날인지 그 다음 날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5년 4월. 아직은 쌀쌀한 봄.

온 다음부터 계속 침대 밑에 들어 가 있었으니까. 분명 입양했는데 혼자 있는 것과 같은 느낌.


고양이를 입양한 후에 파양하는 사람들은 사람들과 친하지 않아서 란 이유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고양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강아지보다 손이 안가서 고양이를 입양한다면서 강아지만큼의 친화력을 기대하는 사람들. 너무 이기적이다...


하지만 나도 조금은 섭섭하고 속상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인내심이 친히 필요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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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라라'의 첫 사진 이었던 것 같다. 한 살이라고는 했지만 내 느낌과 짐작에는 약 9개월 정도이지 않았을까 한다. 이빨도 거의 자라지 않았고 키는 훌쩍 컸는데 못 먹어서 매우 마르고 약한 상태였다. 이 아이를 구조해서 엉킨 털을 잘라주고 하셨던 분은 커플이었는데 남자를 싫어해서 여자친구 분이 데리고 있었다. 얼굴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옆에서 자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밥은 제일 비싼 사료만 먹는다고 했는데 먹는 양이 적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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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서 저리 눈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인 것 같다. 털 사이로 보이는 분홍분홍한 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털도 많이 자랐고. 처음엔 털 걱정이 없을 정도로 영양 부족으로 인한 털 부족 현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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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비하면 매우 여리디 여린 몸매. 다리를 쭉 뻗고 털 고르기에 열중하다 쳐다보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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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잘 못 뜨는 사진만 있다.


IMG_1654.JPG '이젠 내가 널 정복했다냥~' 이라는 표정의 라라.



조용해 지면 슬슬 나와서 밥먹고 내가 쳐다보면 침대 아래로 숨고 무슨 소리만 들어도 침대 밑으로 들어가던 녀석. 가끔은 억지로 안고 있으면 기운이 없어서 참고 있다가 잠이 들어버리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일주일 만에 자고 있으면 침대 위로 올라와 바로 옆에서 자고 있다든지(적정 거리를 두고, 강아지는 한 쪽 궁뎅이를 내 몸에 붙이고 잤는데 고양이는 적정거리를 두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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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해 주신 분의 '적게 먹어요'라는 말은 어불성설이 되었다. 이름도 금새 알아듣고 이젠 '내가 널 끝까지 지켜줄게'란 나의 서약을 듣더니 와구와구 잘도 먹었다. 많이 굶은 것처럼 급하게 먹었다. 그러더니 털도 소복하게 오르고 귀족의 자태가 흐른다. 가끔 볼 때마다 '어찌 내가 이렇게 이쁜 너를..' 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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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는 지, 명상하듯이 고개를 들고 생각하면서 자는 라라.


IMG_3826.JPG 털이 많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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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라라. 하지만 요즘도 가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도망다닌다. 그리고 내가 안따라오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라라와 나의 생활은 시작되었고 저때는 정말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너무도 조용해서 나도 숨죽이고 생활하게 되었는데 조금만 크게 움직이면 침대 밑으로 숨느라 난리였기때문이다. 그리고 손으로 놀아주다 보니 내 팔을 잡고 뒷발차기하는 것이 큰 재미였는데, 내 손은 매우 아팠다.

하지만 발톱을 깎도록 손을 내어주지는 않는 매우 도도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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