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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리 Oct 22. 2023

에필로그 1- 서른 살 유나리의 하루

반복되는 하루 그 어딘가

지하철에서 보이는 한강

월요일 아침 6시 50분, 못 일어날걸 알지만 괜스레 맞춰놓은 알람에 잠시 눈을 뜬다. 빅스비언니가 오늘의 뉴스를 읽어준다.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7시 알람에 또다시 눈을 뜬다. 두 번의 알람에 정신을 반쯤 차리고 휴대폰을 잡는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참 휴대폰을 보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샤워를 한다. 머리는 매번 다 말리지 못한다.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했으면 다 말리고 웨이브까지 넣을 수 있었을 텐데.

7시 42분 지하철을 타면 여유 있게 도착한다. 47분 차는 빠듯하고, 52분 차는 지각이다. 작은 차이는 때로 큰 결과로 이어진다. 역시나 자리는 없다. 신분당선은 앉아서 가지도 못하는데 가격을 더 올린다니 마음이 갑갑해진다. 판교에서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선다. 큰 헤드폰을 끼거나, 비교적 젊은 사람. 오늘은 판교에서도 못 앉은 날이다. 누군가와 등의 땀을 공유하며 강남까지 간다. 강남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아. 출근하기도 전에 지친다.

센터에 도착하여 출근을 찍고 간식 선반에 있는 계란을 2개 가져온다. '훈제란이 복지다!'를 되네이며 간단하게 아침을 때운다. 일과시간엔 주로 상담과 상담을 위한 부수적인 일들을 한다. 내가 맡은 센터 내 사업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역시 나의 일이다. 오늘은 야근 없이 정시퇴근을 한다. 너무 기쁘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무인 아이스크림점에서 600원짜리 신쫄이 딸기맛을 하나 꺼내든다. 신맛이 입안을 감싸며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가 28% 정도 사라지는 것 같다. 나의 소울푸드이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아.. 진짜 운동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며 침대로 돌진한다. 나는 침대 앞에서 가장 나약한 인간이다. '내일부턴 진짜 운동해야지!' 라고 속으로 되네인다. 뭘 했는지도 기억 못 할 만큼 의미 없는 일을 하다가 10시가 된다. 휴대폰 게임이나 인스타그램 등이다. 눈이 점점 감겨온다. 10시인데 졸리다니. 대학생 때의 나는 상상도 못 했을 텐데. 하지만 굳이 몰려오는 잠을 이겨낼 생각은 없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니까. 오늘도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아쉬운 하루를 마감한다.
그렇게 오늘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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