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바디프로필 찍는 날. 전날에 준비해둔 옷을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캐리어에 옮기고 메이크업을 받으러 출발했다. 새벽 7시 예약임에도 남자친구가 데리러 와줬다. 떨리고 설레는 맘에 호들갑을 떨다가 도착했고, 메이크업을 받았다. 섬세한 화장술에 감탄하다 보니 떨리는 맘이 줄어들어 들었다. 하지만 촬영장으로 가자 다시 긴장되었고, 사진에 긴장한 얼굴이 찍힐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사진작가님의 섬세한 지시에 몸을 맡기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촬영 중간중간 결과물을 볼 때마다 감탄스러웠다. 4컨셉 촬영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피티선생님이 달콤한 초콜릿을 사 와서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먹는 단 음식이 반가워서인 것보다 선생님이 나를 끝까지 신경 써주시는 것 같아 힘이 났다. 남자친구는 내가 촬영하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내가 쉬는 모습도 하나하나 찍어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작가님과 피티샘,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사진 촬영을 마쳤다.
‘정말 해냈구나.’
밖에 나가는 것조차도 못하던 내가 버스를 타고 거의 매일 운동을 했다. 내 인생은 나락으로만 치달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고, 그 증거로 바디프로필을 남겼다. 감사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이 매정한 내가 촬영 내내 감사함을 느꼈다. 매일같이 죽음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날들에 떨었던 나는 어느 순간 할 수 있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 과정이야말로 사진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새 삶을 살 힘을 얻은 것 같다. 그건 바디프로필이라는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 아니다. 바디프로필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애정을 갖고, 목표의 의미를 찾고, 꾸준히 실행하는 과정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나는 아직도 사람이 두려워 소설을 합평하는 모임에 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고 나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다. 그렇지만 난 점점 나아질 것이다. 내가 쟁취한 것들을 이렇게 글로 남기고 사진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굳이 원대하고 장기적인 쟁취가 아니어도 자그마한 일(예를 들어 청소)들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냐에 따라 그 일은 나를 웃음 짓게 할 수 있다. ‘하루 운동한다고 해서 몸이 달라지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가는 것조차 힘든데도 열심히 했어. 잘했어.’ 나는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운동을 통해 매일같이 증명했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닌,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그 일은 가치 있게 되었다.
내게 의미는 정말 중요했다. 사람들이 무서워 사회에 나가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방 안에만 있었다.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천장을 보며 살아있는 의미가 있는가를 탐구했던 나이기에 더욱 그랬다. 나는 운동을 하며 매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증명해냈고, 그 의미는 원동력이 되어 브런치에 도전했다.
여전히 ‘너는 할 수 없는 사람이야. 네 인생은 달라지지 않아.’라고 말하는 내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바디프로필 사진을 들이밀며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봤지? 나 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작은 일을 하길 바란다. 바디프로필이라는 거창한 일을 계획하기 전에 나는 거실을 걸었다, 아파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 순간 나는 누워만 있는 사람이 아닌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당신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다. 당신을 짓누르는 죽음,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과거, 불행한 미래에서 벗어나려면 그 밖에 다른 행동과 사고를 계속해야만 한다. 부정적 생각이 뿌리 깊게 잡혔을수록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작은 행동이 큰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여정에 이 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