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애정을 품고 걸었다

by 유나

촬영일 전날. 나는 설렘 반, 긴장 반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다.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구나.’라는 마음이 컸다. 스스로가 최선을 다한 것을 알기에 후회도 없었다. 잘 찍고 싶은 맘이 물론 있었지만 이쯤 되니 기술의 힘을 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약해졌다기보다는 사진보다 더 값진 걸 얻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머릿속은 온통 찍고 뭘 먹을지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A whimsical cartoon-style illustration of a girl with large, expressive eyes and short pink hair, dreaming about an array of food She is surrounded by floating images of her favorite dishes like sushi, burgers, and .jpg

그래도 미리 봐둔 자세를 연습했다. 한 달 전만 해도 나오지 않았던 복근과 중둔근이 변한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줄 알았던 근육이 튀어나왔다. 절로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피티샘과 걱정해주신 상담샘, 장기간의 식단으로 예민해진 나를 이해해준 남자친구, 알게 모르게 지지해준 가족들까지. 모두에게 감사했다. 나는 이 마음을 두고두고 기억하려고 글을 썼다.


내일은 대망의 바프를 찍는 날이다.

마음이 두근거려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인바디를 재고 집으로 오는 길

맛있는 음식들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포기할 뻔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날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멈추지 않았다. 부모님, 남자친구, 피티샘, 상담 선생님, 애완견 체리에게 정말 고맙다.

*핸드폰 메모장에 작성한 기록



바프를 준비하기 전에는 가족들에 대한 원망으로 다른 사람들을 경계했다. 그런데 감사함을 느끼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사랑은 미움과 애정이 공존하나 보다. 이전까지는 미움만 보았기 때문에 내가 가족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미워하는 나도 있지만 사랑하는 나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고 거부했다. 미움으로 가득 찬 내 세상은 타인을 증오하고 경계하는 행동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나를 존중하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한 가지 감정만 있지 않고 아주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기에, 그 모든 것을 볼 줄 아는 중용의 상태만이 사물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한 태도는 타인을 위함이 아닌 자신을 위하는 일이다. 나의 한 부분만을 존중한다면 나를 온전히 존중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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