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다
"번지다"라는 단어는
내게 늘 정리가 필요한 말이었다.
립스틱이 번지면 거울 앞에서 고쳐야 했고
그림이 번지면 캔버스를 버려야 했고
마음이 번지면 감정이 엉켰다.
무엇이 번지기만 하면 나는 늘
엉망이 되었다.
그런 내게
너는 하늘을 가리키며
"노을이 번지면 아름답잖아"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평범했던 그날의 노을을
오늘날까지 잊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
부서진 현실 안에서도
낭만을 찾는 사람
어두운 밤엔
별이 더 잘 보인다며
환한 등불처럼 웃어준 사람
큰일이다.
내 마음속 한편에
네가 점점 번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