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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예쁜 사람이 어디 있어?

짧은 이야기(소설)

by 윤다서영

따스한 햇살과 가볍게 부는 바람,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빗방울 속에서 키가 큰 친구 하나와 아담한 친구 하나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키가 큰 친구가 먼저 말을 꺼낸다.

"여우가 시집가나 봐."

"그러게. 구름 한 점 안 보이는데, 어디서 내리는 비일까?"

"글쎄, 날이 더우니까 하늘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갑자기 쏟아진 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담한 친구가 "역시 네가 부러워"라며 웅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임에도 키가 큰 친구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물었다.

"내가 부럽다고? 뭐가?"

아담한 친구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다 부러워. 우선 키가 큰 것이 가장 부럽지."

키가 큰 친구가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서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는 네가 더 부러운데. 너는 작고 귀엽잖아. 네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담한 친구가 피식 웃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있기나 하고? 사람들은 다 너만 쳐다는 걸. 내가 있는지도 모르다고."

"그야, 내가 크니까. 나는 큰 거 외에는 볼품이 없잖아. 너처럼 작고 야리야리한 몸매도 아니고."

"무슨 소리야. 나는 그냥 존재감이 없어."

"하지만, 사람들은 나보다 너를 더 품에 안고 다니잖아."

"너는 너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나는 혼자 있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서로가 부럽다며 투닥거리는 두 친구 앞에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와. 해바라기 봐. 너무 예쁘다."

"그러게. 예쁘네."


작은 화단 앞에 나란히 선 두 친구가 하늘 높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나는 해바라기가 그렇게 좋더라. 꽃 선물도 해바라기만 받고 싶은데, 해바라기는 선물로 잘 안주더라고."

"그래? 나는 해바라기 보다, 아, 저기 저 작은 꽃이 더 좋더라."

"어디? 아, 계란꽃"

"응. 예쁘지 않아?"

"하지만, 너무 작잖아. 눈에 띄지도 않고. 나는 무조건 눈에 띄고 화려한 꽃이 좋아. 하지만, 취향은 다 다르니까. 계란꽃도 물론 예쁘지."

꽃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던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맞아. 이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어딨어. 꽃은 다 예쁘지."


친구의 말과 동시에 눈부시게 밝게 빛나는 태양이 마침 눈앞을 지나가던 구름을 향해 말한다.

"이 세상에 안 예쁜 사람이 어딨어. 사람은 다 예쁘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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