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인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이유
고객이 들어온다. 고객을 빨리 판단해야 한다. 물론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재빨리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약간의 대화와 상황 등을 통해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을 분석한다. 그리고 고객에 대응해야 한다.
장사를 하다 보면 짜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짜증은 사실 짧은 대화 속에서 발생한다. 더 싸게 사고 싶어 하는 사람과 정가에 팔고 싶은 사람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는 사실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더 싸게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우위를 가진다. 그래서 자영업자는 항상 을이 된다.
을이 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들 때가 있다. 그중에 가장 힘든 점이 자신의 "고객은 왕"임을 내세우는 사람들이다. 고객도 고객으로서의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의 경우 그렇지 않다. 자신이 돈을 지불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돈이 주는 권위다. 사실 돈이란, 교환가치를 통해 상품과 가격의 교환이다. 하지만 요즘의 고객은 갑의 위치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띤다.
서비스 사회는 고객의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 고객은 어느새 왕이 되었다. 그리고 종업원은 고객의 꼬봉이 됐다. 사실 진짜 사장들은 뒤로 빠져 꼬봉이 되지 않는 종업원을 질타할 뿐, 고객의 태도에 대해서는 나무라지는 않는다. 이때 종업원은 갑도 을도 아닌 병이 된다. 참 씁쓸하다.
사람은 장사를 하다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고 가끔은 자신만의 생각을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고객이 있다. 이때 전혀 예상치 않은 그 한 마디에 상처를 입곤 한다. 그럴 때 자영업자는 참고 참는다. 하지만 참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론은 속이 뭉그러질 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일상에서 점점 제삼자인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그 분노를 타인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어떤 관계에 의한 이해관계가 아닌 장소에서는 사람들에게 쉽게 감정을 표현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편한 화의 분출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서비스 정신이 강조되면서 서비스의 관계에서는 모두가 친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평범한 현실에서는 쉽게 분노하고 화를 낸다. 우리는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아침이 되면, 모두가 일터로 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시작한다.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좀 더 높은 매출을 위해, 아침에 저마다의 전략 회의를 하고 단결된 마음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하지만 가면이 필요하다. 친절의 가면이다. 사실 그 가면을 쓰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수가 있다. 쓰인 매뉴얼대로만 일을 하면 되니까. 그리고 퇴근과 동시에 그 가면은 책상에 던져 버린다.
하지만 가면은 넘어온 날카로운 말 들은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생각보다 말의 날카로움이 깊게 파고든 것 같다.
그 상처는 알아채지 못한 암세포처럼 나를 갉아먹고 있다. 그래서 점점 어떠한 일에 솔직하게 대응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어느새 솔직함을 생각할 필요도 없게 돼 버렸다. 슬픈 감정도 잃어버렸다.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의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게 된 것이다.
오늘도 고객이 들어온다. 그 고객과 일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제품에 대해 대화를 하지만, 묘한 관계를 맺는 것이 싫다. 차라리 가면을 쓴다. 일을 내면화시켜 보람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내면에 벽을 치는 게 더 편하다.
어떤 고객이 조금 날카로운 말을 한다. 당황스럽다. 얼른 매뉴얼을 보고 가면을 쓰고 싶어 진다. 좀 더 두꺼운 가면을 찾고 싶다. 그 사람이 꼴 보기 싫기 때문이다.
일이 끝났다. 오늘도 일하면서 쓴 가면은 퇴근과 동시에 책상 서랍에 던져 버렸다. 퇴근했다. 귀갓길에 사거리 모퉁이에서 도는데 불쑥! 누군가 차로 끼어든다. "빵!", "아~~ xxx새끼 뭐야! 파란불인 것 안 보여. 좀 양보하면 안 돼! 내가 먼저 들어왔잖아!"하며 소리를 친다. 앞 차가 슬슬 비켜서 간다. 차가 멀리 가고, 소리 지렀던 내 마음이 왠지 속이 조금 시원해진다. 그런데 점점 뭔가 찝찝해진다. 뭐지...
사무실 책상 속의 버렸던 가면은 아침에 웃는 표정과는 다르게 찡그린 표정으로 구겨져 있다.
나는 그렇게 가면 뒤에서 점점 나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Understand different
H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