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by MSG윤결



나는 항상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착해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인정받고 싶어서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손가락질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가정교육 못받은거 티내는 사람이 되고싶지 않았다.


사람은 가끔 아주 무심하게 타인을 손가락질한다.

말투, 태도, 행동하나로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라고 쉽게 말한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늘 조용히 숨어지냈다.

오해받지 않기 위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위해,

늘 조용하게 지냈다.


그리고 나는 더 나이를 먹어선 최선을 다하자 란

기준으로 살았다.

대충이라는건 전혀 없었다.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이 정도면 됐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게,

조금 더, 한 번 더, 마지막까지, 그게 나를 지키는 방식이었으니까,


주변사람들은 가끔 말한다.

“왜 그렇게까지 해?”

“좀 내려놔도 되잖아.”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에게 내려놓는다는 건 쉬는 일이 아니라,

나를 포기하게 하는일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나는 늘 스스로를 억압하며 살았다

말을 고르고, 행동을 재고, 감정을 숨기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상처 주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산다는 말은 좋은 뜻이 아니다.

그건 삶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멈추면 안 됐고, 흐트러지면 안 됐고,

누군가는 나를 보고 철저하다 말했지만

사실 나는 철저하게 통제하고싶은 이유는 없다.

그저 약해지면 안 되는 이유뿐이지,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완벽하지 않은 날에도, 후회가 남는 선택을 한 날에도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라고

혼자 조용히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그렇게 안아주지 않는 날에도

적어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수없이 흔들렸었다.

내 선택이 옳았는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이렇게까지 애쓰는 게 의미가 있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생각을 했다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모자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가정교육 못 받은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괜찮아지지 않았다.

가끔은 이유 없이 지치고,

가끔은 설명할 수 없는 배고픔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또 견뎌본다.

아무도 몰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말이다.


이제는 안다.

내가 이렇게 살아온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이해받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히 나로서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쉽게 망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을 떠올린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버텨온 이유는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 덜 단단해지는 건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에 있고,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


-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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