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되었고 더는 운동을 미루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집 앞 스포츠센터에 아쿠아로빅을 등록했다.
아무래도 60대 이상인분이 많을 거 같고 부끄럽기도 하여 아주 조신한 걸로 수영복을 장만했다.
아쿠아로빅용으로 말이다.
쭈뼛거리며 맨 뒷줄에서 몸치 뽐내기를 하고 살펴보니 새로 산 수영복이 너무 밋밋하고 더군다나 한 어르신거랑 거의 똑같다.
비슷비슷한 수영복을 입었지만 수모를 컬러풀하게 쓰신 분이 많다.
몸은 거의 물속에 잠겨 있으니 수모로 포인트를 주시나 보다.
나름 젊은이가 새로 왔다고 환영해 주시는데....
저 앞줄에 비슷한 연배의 회원이 눈에 띄는 어깨끈을 들썩이며 활기차게 운동한다.
그래! 나도 저런 비슷한걸 하나 사야지..
쿠팡맨이 로켓배송해 준 수영복을 성급하게 상표를 떼어내고 입어보려는데
어라? 작다. 분명 같은 사이즈로 산 건데...
다시 주문 내역을 보니 선수용이라 탄력이 너무 쫀쫀하여 그렇단다.
이런.... 망했다.
반품도 못하고 한번 꽂힌 건 사고 보는 성격에 몇 시간을 검색하다가 두 개를 질러버렸다.
계속 운동할 거니까 쌀 때 사둔다는 자기 합리화 최면을 걸면서 말이다.
오늘 아침에 주문처에서 문자가 왔다.
내가 주문한 게 단종이라며 대체 상품을 추천해 준다.
맘에 안 들면 주문취소하라고 하는데
순하게 답문자를 보냈다.
"대체 상품으로 보내주세요"
그렇게 아쿠아로빅 입문 2주 만에 수영복을 네 벌이나 사버렸으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쿠아로빅 패션리더가 될 것인가?
이거야 말로 염불보다 잿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