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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Jul 30. 2024

고비를 맞이한  주말농장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비가 그치면 물기가 많아서

해가 나면 너무 더워서

게으름의 핑곗거리는  많기도 하다.

근  열흘 정도를 발걸음 하지 않다가  가보았더니

상추는 웃자라서 다 쓰러지고 녹아버렸고

열무는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풀과 구분하기도 어렵다.

가지는  자기 무게를 못 견뎌서 쓰러지다시피 엎드려 있어서

빨리 가지를 따고 보니  10개나 된다.

옆지지대에  끈으로 묶어서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둘러보니

그야말로  잡초 전성시대이다.


게으른 주인을 탓하며 아이들이  자기들 터를 빼앗겨 버린 것 같아  허겁지겁 호미질을 해보았다.

그러나  잡초란 녀석들의 장악력이  몇십 분의 호미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성질 급한 초보 주말농장 농부는 여기 조금 저 기조금 왔다 갔다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미리 가져다 둔 모기 기피제를 몇 번씩 뿌려가며  잡초 뽑기와  고추 약을 주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모기를 삼십군데는 물렸다.

따끔따끔하게만 느꼈는데 모기가  스치기 공격으로  다리를 집중공격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울긋불긋 모기 물린 훈장이 생겼다.


이제 장마도 거의 끝났으니  주말 농장에 가보면  누가  부지런한 농부인지 누가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아까  운전하며 들은 라디오에서  혼자 주말농장에서 풀 뽑고 있다는 아저씨의 사연을 들었다.

다른 가족은 찜질방으로 놀러 갔다고 한다.

디제이  왈

"혼자 할 거면 주말 농장을 왜 해요?

원래 혼자서  불만 없이 하기로 가족과 합의가 되었나요?"

가족과 항상 같이 갈 수만은 없다는 걸  모르는 소리이다.

이런 사연을 들으니 (풀을 뽑는 게 우선순위라는)

진짜 풀과의 전쟁 시즌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풀 뽑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두면  

'나  게으르오'

하는  자백이면서  풀밭이 되어버린  주말농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줄어들 터이다.  예전의 학습효과로 터득한 것이다.

한 번의 학습효과로  이 고비를 넘겨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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