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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Aug 20. 2024

가을 농사를 해야 할까?

  하늘빛이 달라졌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하늘 구경은  베란다 창을 통해 하고  꼭  외출할 일이 아니면 현관문을 나서지 않게 된다.

텃밭의 작물들에게 물 주러 가는 것도 평일  6시쯤에 내가 한번,  주말에 남편이 한 번이다.

주말농장 텃밭의  반은 풀밭이 되었고  지금은 가지, 깻잎, 고추가 있다.

기특한 가지는 갈 때마다 몇 개씩 따올 수 있도록 계속 열리고 고추도 자기 허리가 휘도록 열리더니  이제 마지막 열정을 다해 붉게 익는 중이다.

가지도 썰어 말리고 붉게 익은 고추는 따와서  말리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에는 남편이 가지 못해  혼자 가게 되었다.

며칠 전 조금 덜 자란듯해 따지 않은 가지를 따고 물만 주고 올 요량으로 갔는데 붉은 고추가  어서 나를  데려가오 하면서  축 쳐져 있는걸  그냥 둘 수없어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30분이나 되었을까?

중간 위생봉투로  한가득 따는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  몇 번에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웠다.

이런 농사를 평생 지어오신  시댁의 어른들이  새삼 더 감사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핑 돌게 고추를 따고 나면 말리는 작업이 기다린다.

붉은 고추를 처음 따와서는 양념용으로 잘라 착실하게 냉동시켜  놓았는데 이제는  말려야 한다.

우리가 저걸  말려서 어쩔 거냐고 했더니  남편 왈

"갈거나 빻아서 김치  담그면 좋지~"

그럴 양이될지 모르지만 일단 말려본다.


언제부턴가  주말 농장 입구에 가면 퇴비 냄새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일요일 아침  주말 농장에 가려고 엘베를 기다리는데 앞집 이웃이 나오셨다.

소소한 스몰 토크 중 주말농장에 가는 중이라 했더니  김장배추도 심냐고 물어보신다.


"네?? 아직  그런 생각 안 해 봤어요..  호호"


문득 생각이 퇴비 냄새로 연결되었다.

'아...  가을  농사 준비였구나!'

그러고 보니  위에 밭도 벌써 퇴비를 뿌려 두신게  눈에 보인다.

이것도 아는 만큼 보이는 중??

풀로 뒤덮인 우리 밭도 이제는  다음 단계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왔다.

봄에 처음 주말 농장에 각종 채소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릴 때는 본투비 촌 남자의 주도와 지도하에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배우리라 했는데  생업이 더 중요한 남편보다  나의 시간과 땀을 더 쏟아야 할 줄 몰랐다.

결코 재미로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이제는 알아버린  나.

가을 농사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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