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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Nov 19. 2024

어떤  김치

이런  허무한 만남을 원한 건 아니었어.

며칠 전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아서  만남은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지.

옆집의 아이들이  모두 얼굴을 내밀고 있어도

난  좀 더 기다릴 수 있었거든.

너의 하얀 얼굴이 어두운  땅에서  쑥 뽑혀 올라올 때의  그 느낌이  난 정말 궁금했어.

남편이  혼자서 너 있는 곳으로 가길래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

그런데 이게 뭐람?

남편이  보낸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

준비가 안 된 너를 세상밖으로 데려와 버린 거야.

날씨가 추워지면 네가 얼어버린다고

얼른  갈무리하라는 코치를 받았다나....

나 참 기가 막혀서...;

내 말에는  대꾸를 안 하거나 엉뚱한 대답만 해서  측두엽이상자로 찍혀 있으면서  남의 말은 왜 이리 잘 듣는 거야?


너의  파란 머리는 또  그곳에  걸어서  시래기로 만든다며 놓아두고

여리디 여리고 미숙한 너를 집으로 데려 왔더군.

그래서 원래  너는 장거리 이동 후 친정의 김장 일부로 묻혀갈 운명이었는데

나의 안타까움 속에  미숙한  김치로 태어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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