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8 FRI. PM 8:10
지금을 말하고 싶어졌다.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오후 8시 10분 육퇴 직후 노트북 앞에 앉았다.
탄산을 마시고 싶지만 식단 중이라 내 옆엔 쓸쓸한 물통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오늘 낮에 글 한편을 올렸는데도 또 쓰고 싶어진 이유는?
그래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쓰고 싶은데 못쓰는 이 상황이 어이없게 웃겨서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기록 중이다.
지금의 이 순간을.
밖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는 중이다.
다 큰 어른이지만 천둥소리가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내 왼쪽엔 통통한 금붕어 한 마리가 밥 달라며 나만 쳐다보고 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바닥엔 응가만 한가득인데 말이다.
반가운 연락은 안 오고 긴급재난문자(호우)만 '징징징징' 진동이 울린다.
자, 이제 빗소리를 들으며 멋있게 글을 쓰면 딱 좋을 텐데.
사실 반 정도 쓰고 있었던 글을 마무리 짓지 않고 방금 전 저장만 해뒀다.
올리기에는 아직 용기가 부족했을까?
내일은 토요일이다.
주부인 나에게 토요일은 쉬는 날이 아닌 일하는 날이다.
토끼같이 귀여운 아이들이 다 집에 있는 주말이기 때문에.
좋다는 뜻일까. 아니라는 뜻일까.
헉, 방금 금붕어 한 마리가 자기 응가를 건드렸다.
일단 응가부터 빼줘야지.
청소하는 김에 손을 깨끗이 씻고 어항 속에 살짝 넣는다.
이제는 밥 주는 사람에서 점점 주인으로 알아보는 듯하다.
손에 밥 있는 줄 알고 다가오다가 내 손바닥에 몸을 살짝살짝 비벼댄다.
드디어 너도 만져달라고 하는 거니?
이래서 내가 물강아지(오란다-금붕어)를 키우나 보다.
귀엽다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데 이번엔 다른 놈이 응가를 쌌다.
오늘 하루 응가를 몇 번이나 치우는지 모르겠다.
지금을 기록하려 시작한 글에 이렇게 쓸 게 많다니 갑자기 새로움이 밀려온다.
가끔씩 특별하지 않은 순간을 기록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방금 전 닭가슴살 대신 목살을 먹어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거지?
자주는 안된단다.
치사하다.
생각을 많이 했더니 배가 더 고파졌다.
오이나 먹어야지.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