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가 'E'로 변하는 마법
각자 다른 색을 가진 8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독서모임이다. 극 I의 성향을 타고난 내가 독서모임이라니. 그런 나도 그곳에서만큼은 외향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타고나길 E의 성향이었던 친구가 있다. 그녀의 권유로 함께 독서모임에 가게 된 게 이번이 두 번째.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두 번 다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선의 자유로움을 위해. 그리고선 내가 추천한 책으로 하는 첫 모임에 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이 책이 별로라고 하면 어쩌지?’
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저 좋아하는 책에 마냥 신나 버린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기다란 테이블 위에 모두 같은 책을 펼쳐놓고 각자의 시선으로 본 소설책에 대한 감상평을 늘어놓는다. 8명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평범한 소설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신선함이 밀려온다. 누군가는 등장인물의 공간에 대해, 또 누군가는 입체적 관계에 대해, 그리고 책이 좋아 마냥 흥분한 사람 1명까지 포함해서.
책방지기를 꿈꾸면서도 내성적인 성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걱정은 많았다. 그래서 한때는 열고 싶어도 열지 못했던 독서모임을 차라리 '내향인을 위한 독서모임'이란 타이틀로 만들어 볼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이상한 모임'이라는 주제 하에(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거지). 일단은 독서모임에 참여라도 해보자는 친구의 말을 따라서 온 게 신의 한 수였을까. "모임이라는 데에 가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해?"라고 물어봤던 사람은 그곳에 없었다. 막힘없이 책에 대한 내 생각과 그것에 연관된 경험들까지 모두 이야기하며 스스로 자유로이 훨훨 날고 있었다.
책과 글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준 걸까? 말하는 데에 있어 익숙지 않았던 내가 모임이라는 곳에 간다. 그리고는 과하면 어쩌지 싶을 정도로 책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내뱉는다. 그뿐이었을까. 처음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내가 쓴 글 또한 공유한다. 말하기가 힘들어 글로써 털어낸다고 한 것 같은데 말이다. 낯설기는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20년 훌쩍 넘은 세월 동안 처음 보는 모습이라고 자기가 알던 내가 아닌 듯 보였단다. 나는 어떤 사람인거지?
8명 중 누군가 말한다. "책을 완독 하면 그 속에 있는 활자가 다 빠져나가 책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에요."
그 말이 내 가슴에 다가와 커다란 종을 울렸다. '글을 쓰는 현재의 내 마음이 이렇게 가벼워진 데에는 같은 이유 때문이구나.' 하는 마음속 울림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과 그 글을 읽는 독자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책을 다 읽어내면 그 책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이 여겨지듯, 내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면 돌덩이같이 무거웠던 내 마음 또한 가벼워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말로써 다하지 못한 오늘의 감사함을, 그리고 훨훨 날아볼 수 있게 기회를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글로 남긴다. 한 달이라는 설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