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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

"진짜 스스로 이야기하다 보면 나아지나요?"

by Yuni

”읽다 보니 어느 순간에 쓰게 되고, 용기를 더해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내가 이 연재북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연재북을 처음 만들 때 내 안에 가득한 어두운 부분을 먼저 끌어내고 싶었다. 내가 가진 어두운 부분을 마음속에서 걷어내야 다른 시각에서 다른 글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 말했다. ”너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너무 어둡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대답했다. “그게 나야. 나는 내 이야기를 먼저 쓰고 싶어서 일부러 밝은 척할 수가 없어.“ 이때부터였을까. 이미 솔직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 입으로 절대 할 수 없었던 이야기 들을 이곳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된 글들은 내 선택으로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공유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걸 보고 누군가 물었다. “우울증이면 자기 이야기하기 더 힘들지 않아요?” 혹은 “진짜 스스로 이야기하다 보면 나아져요?”라고 말이다. 어느 정도 호전되었기에 글로 기록할 의지가 생긴 건 인정.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우울증이란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책을 통해 글을 통해 내가 밝아져 가는 과정 자체를 증명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내 글이 대신해주는 위로를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솔직함이라고는 1도 없었던 초반의 글들이 점점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우울증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아빠께 드리웠던 죽음의 그림자까지. 100% 솔직해지진 못했으나 모두가 보는 이 공간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도전이자 용기였다. 하루에 한 두 편씩 꾸준히 써가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30편 가까이 짧은 글들을 기록했을 땐 신기하게도 연재북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업로드된 글의 순서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마음속 가득했던 어둠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이 아닌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한 글까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네 이야기만 쓰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 꺼내서 쓰더니 이제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구나."라고 말이다. 무엇에 홀린 듯 모든 걸 꺼내서 공유했던 첫 시작이 이리도 큰 변화와 마음에 위로를 건낼 줄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스스로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주길 바란다. 반면 주변의 지인들은 말로써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길 기다리고 있지. 서로가 말하지 않고 기다리는 상황에서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게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힘내. 할 수 있어. 다들 그렇게 살아.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들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곳에 조금씩 기록해나가다 보니 깨달은 사실 하나. 우울증을 앓던 나는 알아주길 바란게 아니라 스스로가 힘들다는 걸 직접 말할 용기가 없었던 거구나. 너무 하고 싶은 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순간 지구 종말이라도 다가올 것 같은 두려움에 모든 걸 안은 채 살아가니 버거웠던 거구나 하고 말이다.


누구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살다 보면 우울증을 겪는 일도 다반사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듯 우울증에도 치료약이 있을 뿐이다. 남들과 다르지 않다. 말로써 하기 힘들다면 글로 털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니 나를 드러내기 힘든 사람이라면 속는 셈 치고 일단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비슷한 상황 속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고 그것이 위로가 되어 스스로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연재북을 열심히 솔직하게 기록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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