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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Aug 24. 2017

Real 베트남을 느끼고 싶다면 베트남 기차!

베트남 기차 타고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호치민 역

베트남의 기차는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1,726km로 하나의 레일로 이어져 있다. 베트남 기차선은 총 2,600km로 하노이-라오까이 그리고 하노이-난닝으로 가는 기차선을 총 포함한 길이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1880년에 건설되었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 기차선이 많이 파괴되었지만 독립 후 바로 복구작업을 하여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단 번에 갈 수 있는 기차가 하루 4개가 있으며  가격은 가장 비싼 아랫칸 푹신한 침대가 대략 1,500,000동. 대략 34시간이 걸린다. 모험심 강한 여행자들은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기차로 2박3일을 달려 황단을 하곤 한다.


HUe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버스보다는 비싸지만 화장실이 (그리 깨끗하지 않지만 쓸만한 ) 있고 칸 사이에 서서 흡연도 가능하다. 기차의 맨 앞 칸에는 식당칸도 있어 지루한 기차 시간을 차가운 맥주 한 잔과 함께 보낼 수도 있다.

베트남 기차는 식당칸과 더불어 딱딱한 의자, 푹신한 침대, 딱딱한 침대, 푹신한 침대의 순서로 이어져 있다.

기차를 타면 승무원이 승객의 목적지를 재확인하며 목적지에 도착하기 10분 전에 짐을 들고 밖으로 나와 내릴 준비를 해달라고 알려 준다. 간혹 게으른 승무원들은 승객을 깨우기를 깜빡 잊고 자고 있을때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내릴 시간을 미리 알아놓고 알람을 맞춰 놓는 것도 좋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기찻길이 파손되지 않는 이상 비행기는 못 뜰지라도 기차는 비속을 뚫고 달린다. 다낭 기차역의 폭우로 인해 넘어진 펭귄 쓰레기통이 넘어질 정도였지만 여전히 기차는 달렸다.

2년 전만 해도 베트남 기차는 연착이 심했는데 (거의 무조건 30분 이상 연착이었다) 기차 시간을 각각 한 시간 이후로 미룬 이후부터는 많이 연착되지 않고 정시에 도착하곤 한다.

다낭 역

기차 이용자가 많은 다낭 같은 도시에서는 내리는 사람을 한참 기다린 후에 기차에 오를 수 있다. 만약 맨 첫 출발지, 이를테면 하노이나 호치민에서 기차를 탄다면 40분 전에도 기차가 미리 대기하고 있어 일찍 오를 수 있다. 기차를 오르기 전에 승무원에 기차표를 확인받고 들어간다. 기차역 부근 상점에서 간식을 사갈 수도 있는데 후에 (Hue) 같은 관광도시에서는 외국인에게 가격을 아주 비싸게 팔기도 한다. 특히 Hue 지역의 기차역을 이용한다면 간식을 빅씨 같은 마트에서 구입한 이후에 기차를 타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기차 간식 카트

기차 내에서도 카트를 끌며 승무원들이 간식을 판다. 커피는 기본으로, 맥주를 포함한 각종 음료수, 과자, 컵라면, 막 찌어낸 옥수수 등을 판매하고 식사 시간 때에는 밥 카트를 끌며 밥을 파는데 그리 위생적이지 않기 때문에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서 타는 것이 좋다. 가끔 발견되는 바퀴벌레와 쥐가 기차의 위생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증명하기에 더더욱. 확실한 건 2-3년 전보다는 기차가 확실히 깨끗해졌다는 것! 쥐 따위가 무섭다고 해서 기차를 기피하지는 말자. 2014년부터는 2주에 한 번씩 기차를 탔고 딱 2번만 보였던 새끼 쥐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마련이었고 2015년을 마지막으로 쥐를 본 적도 없기 때문에.

Hue 역에서


기차표 예약 방법

예약방법은 첫째 기차역에 가서 직접 구매하는 법, 인터넷 사이트 구매 그리고 여행사에서 구매가 있다. 특히 여행사 구매는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기차표 값이 공식적으로 오르는 베트남의 새해인 Tet 구간에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약 여행사에서 표를 구할 수 있다면 이 말은 직접 역에 가서도 표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인터넷 구매나, 직접 역에서 사는 것을 권한다.


베트남 기차표 예약 공식 사이트: http://dsvn.vn


위의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기차 시간과 소요시간 그리고 가격 및 좌석이 나온다. 인터넷으로 사기 힘들다면 위 사이트에서 기차 번호 및 시간 등을 알아보고 직접 기차역으로 가서 자신이 원하는 기차 시간과 원하는 좌석을 달라고 하면 된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는 영문도 가능하며 예약 방법도 간단하다. 단 베트남 국내 은행카드가 없으면 인터넷 지불이 불가능하므로 예약 시 기차역에서 pay를 선택하면 된다.


비가 내리던 날


기차 칸의 종류


베트남의 기차는 딱딱한 좌석, 푹신한 좌석, 딱딱한 침대 그리고 푹신한 침대로 나뉜다. 침대는 아랫칸일수록 비싸다. 가장 편한 자리는 푹신한 침대 맨 아랫칸이다. 사실 위/아랫칸 가격 차이가 많이 크지 않아 나는 되도록이면 아랫칸을 탄다


-딱딱한 좌석 (Hard Chair): Real 베트남을 느끼고 싶다면

나짱행 Hard chair

우선 가장 싼 가격의 딱딱한 의자(Hard Chair)는 4개의 좌석이 서로 마주 보게 되어 있다.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의자를 뒤로 젖히거나 할 수 없다.

에어컨이 없어 더운 여름의 낮은 이 의자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다들 덥고 자리가 불편해서 힘이 빠져 있다. 에어컨이 없어서 창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데다 천장의 선풍기 소음으로 시끄럽고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재빨리 덧문을 내려야 하는데 이 덧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아 흠뻑 젖기도 한다

Hard Chair 칸의 밤

밤에는 모기가 있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돗자리를 바닥에 깔고 드리 눕기도 해서 불편하다. 한 번은 현지 아줌마가 배가 아프다고 내 자리까지 차지하고 드러눕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식당칸으로 피신했다 돌아왔더니 탁자에 올려놓았던 내 1리터짜리 생수를 누가 반쯤 마셨던 흔적을 발견하고 뜨악했던 적도 있다.

초코파이 고마웠어

베트남의 공휴일이 긴 4월 말에 딱딱한 좌석을 겨우 구해 꽝나이에서 나짱까지 9시간가량을 이 딱딱한 좌석으로 버틴 적이 있는데 이 두 청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고 내 옆자리는 여러 사람이 타고 내리 고를 반복했었다. 1분도 잠을 자지 못해 너무 피곤했던 아침 7시경, 내 정면 왼쪽 청년이 수줍게 건네었던 초코파이로 밤새 쌓였던 피로가 풀렸던 느낌이란.

밤이 빨리 지나가기를

분명 너무나도 피곤한 좌석인데 현지인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현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임에는 분명했다.


푹신한 좌석 (Soft Chair)

3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이면 거의 이 푹신한 의자를 타곤 했다. 중간 좌석은 탁자를 마주하고 4 좌석이 마주 보고 있고 그 좌석을 중심으로 정방향 역방향으로 되어 있는 구성에 에어컨이 있다. 30도를 넘는 날씨면 에어컨이 있어도 그리 시원하지 않지만 밤이 되면 춥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이 거의 꽉 차지만 맨 뒷좌석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하면 뒤로 가서 혼자 앉아 있기도 했다. 창문을 열을 수 없으니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 칸 보다 창문을 열 수 있는 딱딱한 의자 칸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간식 카트에서 가장 맛있는 건 옥수수. 껍질 채 금방 찐 뜨거운 옥수수를 500원가량에 사 먹을 수 있고 옥수수를 주문하면 위생장갑을 낀 승무원이 즉석에서 껍질을 까준다. 베트남의 옥수수는 크기도 크고 하얀 알맹이가 아주 고소하고 맛있다. 베트남 생활이 길어진 지금은 무조건 푹신한 침대를 사서 드리 누어서 간다. 다낭-후에 구간은 2시간 30분이 걸리는데 푹신한 침대와 푹신한 좌석의 가격차이는 5000원가량. 베트남 2년 차가 넘어가니 이제는 그냥 5000원 더 내고 한 숨 푹 자고 이동하는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하노이-라오까이 구간에만 있는 2층 기차

하노이-라오까이 구간에는 2층짜리 기차도 있다. 전체 좌석이 에어컨이 있는 푹신한 좌석으로 1, 2층을 계단으로 오갈 수 있다


딱딱한 침대 (Hard Bed)

베트남의 침대 기차는 출발지에서 새 시트와, 이불과 새 베갯모로 출발해서 중간중간에 사람이 타고 내릴 때 갈아 주는 침대 시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에 탄 사람이 사용한 것을 공유하는 식이다. 침대 시트는 기차에 타고 기차가 출발하면 승무원이 갈아 주는데 만약 갈아 주지 않으면 지나다니는 승무원에 시트를 갈아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간혹 운이 좋지 않으면 아주 더러운 침대 시트를 마주할 수도 있고 누군가 이미 하룻밤을 자고 내린 이불과 베갯모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누가 사용한 이불과 베개 따위는 절대 사용하지 않으리라 하며 구석에 쑤셔 박아 놓았다가 밤에 추운 에어컨 바람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자존심을 구겨가며 끌어당기게 되는 이불과 베개. 만약 불결하게 생각된다면 얇은 이불과 목베개 등을 따로 준비하고 타도 좋을 듯하다.

Hard bed

캐빈 한 칸에 3층 구조로 각각 6개의 침대가 있다 (+에어컨). 침대는 상/중/하로 아래 칸 일 수록 비싸다. 낮 동안 잠을 자지 않는 시간에는 중간 침대를 접어 아랫칸에 함께 앉아 가기도 한다. 맨 위칸은 절대 허리를 피고 앉아 있을 수가 없고 누웠다가 허리를 들어 올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긴 여행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누워서 갈 수 있기 때문에 배낭 여행자 시절에는 늘 딱딱한 침대 맨 위칸 표를 사곤 했다. 거의 모든 칸에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 등의 전자 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좌석 칸은 콘센트가 없는 곳이 많고 오래된 기차의 침대칸에도 콘센트가 없기도 하여 장기간 여행 시 불편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간식 카트가 지나가면 불러 세워 간식을 사 먹을 수도 있다. 가족 단위로 많이 타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이런저런 모습의 관찰이 가능하고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애기들이 워낙 많이 타기 때문에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시간이 지나간다.

Hard Bed 복도

지루한 시간을 맥주로 달래기도 하고. 그럭저럭 탈만한 기차이다.



푹신한 침대 (Soft Bed)

Soft Bed

물론 에어컨이 있고 각 캐빈 당 4개의 침대가 놓여 있다. 푹신한 침대인 만큼 매트리스가 두텁고 침대가 제법 넓다. 1층이나 2층이나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승객들도 거의 혼자 타는 사람들이 많아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SE1

작년에 새로 생긴 기차인 SE1. 시간 대가 애매하여 SE4를 예매하려고 했는데 기차표를 파는 직원이 이 새 기차를 적극 권하여 그리고 가격까지 할인되는 기간이라 타보았는데 기차 안을 리모델링 한 건지 비교적 깨끗했다.

SE1

램프가 놓여 있어서 꽤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고

슬리퍼까지 놓여 있다니!!! 화장실 갈 때 이용하면 좋다. 한 번은 베트남 아줌마가 내가 벗어 둔 조리를 신고 화장실을 갔다 오길래 다음부터는 내 조리를 신지 말아달라고 강력히 부탁하기도 했다. 주로 아래층 침대를 사지만 미리 예매를 하지 않으면 금방 팔리기 때문에 최소 일주일 전에 예매를 해두는 편이 좋다. 다만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는 3일 전부터 표를 팔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칸마다 있는 문. 오른쪽에 있는 하얀 버튼을 열면 열린다. 칸마다 앞 뒤 쪽에 화장실이 있고 칸 사이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세면실도 칸마다 있어서 간단히 씻거나 양치 등이 가능하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지루하면 복도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기도 한다.

운이 좋아 승객이 많지 않을 때는 캐빈에 혼자서 누워갈 수도 있다. 창문으로 지나가는 풍경들도 바라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서는......

다낭에서 Hue가는 저녁 기차 안에서 혼자

간혹 밤에 혼자 타게 되면 조금 겁이 나기도 하는데 문을 안에서 잠글 수 있고 베트남 기차는 안전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문을 열고 닫을 때 잘 열리고 닫히지 않아 당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문을 쾅쾅 두글겨서 열어달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10분 전에 승무원이 와서 목적지에 거의 도착해 간다고 알려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칸

식당칸

각 기차의 맨 앞칸은 식당 칸이다. 쌀국수나 밥을 주문할 수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다. 열악한 시설 때문에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는 않다. 사실 그다지 앉아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다만 쌀국수 등은 기차 칸 좌석이나 침대에서 먹을 수가 없으니까 식당칸으로 와서 주문을 하면 된다.

식당칸의 에어컨

식당 칸 천장의 수많은 에어컨들. 왜 저리 많이 달았는지 징글징글.


가장 아름다운 구간: 다낭-훼 (Feat 랑꼬)


Hue-다낭 구간

다낭에서 후에를 가는 구간. 2시간 반 가량이 걸리며 다낭이나 후에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가량 지나면 볼 수 있는 절벽 바닷길.

아찔했던 순간

특히 랑꼬 바닷길을 지날 때는 꼬불꼬불한 길 때문에 이렇게 아찔한 상황도 펼쳐진다.

랑꼬 해변길

랑꼬 해변이 길게 펼쳐지는 이 길.

꼭 한 번 봐야할 바닷길

해가 비치는 날에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펼쳐진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기차가 달리는 길

이때부터 외국인들은 각자 카메라를 챙겨 복도로 나와 사진을 찍어 댄다.

침대 위에서 바라본 바다

귀찮다면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도 볼 수 있는 예쁜 바다. 이 바닷길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기차를 탄다.

집으로 가던 어느 날 기차 안에서 찍은 풍경

한 편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도 있고 베트남 현지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고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한다면 베트남 기차를 꼭 타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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