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어준 책
암을 앓고 난 후 나는 또 다른 감정적인 원동력이 필요했다. 분노가 아닌 어떤 다른 원동력 말이다. 암은 내게 삶을 위한 계획을 세우게 했다. 그리고 '투르 드 프랑스'의 각 구간 승리를 하는 것처럼 작은 목표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또한 암은 잃는 법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건강이건 집이건 예전의 자신이건 가끔 무언가를 잃는 경험은 인생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352쪽)
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써서 말하고 싶은 주제가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나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재발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항암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래서 아직 쓸 수 있을 때 옳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남기고 싶다. 회복한 이후에 쓴 모든 글이 그랬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를 바라고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안 그래도 상처받을 일투성인 세상에 적어도 자초하는 부분은 없기를 바란다. (217쪽)
좁은 세상을 벗어나면 꿈과 환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짐을 쌌다. 그러나 인생길처럼 여행길도 녹록지 않았다. 무거운 내 짐까지 대신 지고 위태롭게 걷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미안함에 울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나아갔다. 이 과정을 통해 삶이 주는 어떤 고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내게 준 것들을 떠올립니다. 사랑 덕분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바깥으로 겁 없이 문을 열고 나가는 용기를 배웠고,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도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내가 함부로 뱉은 말과 별생각 없이 쓴 글이 타인의 마음을 베고 상처 입히지 않을지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인생의 균형을 잡는 법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 또한 익혀 가고 있습니다. 마치 영혼에 나이테를 더하듯 무언가를 사랑하는데 쓴 시간들은 제 삶에 어떤 무늬들을 남겼습니다. 그것들이 없다면 더는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될 테지요. (149쪽)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슬픔이 있는 곳에 거룩한 땅이 있다."라고 말했다. 치유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을 해롭게 이해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패기의 상징이고, 넘어섰다는 것은 큰 업적이다. 승리했다는 것은 빛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 (중략) 우리가 살면서 배우는 고통은 더 깊은 인생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삶으로의 초대다. (92~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