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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Oct 15. 2024

힘들 땐 상담을 추천합니다

요즘엔 힘들 때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가는 사람들이 확실히 전보다 많아졌다. 내가 이십 대 때만 하더라도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소문도 있었고, 상담을 위해 병원이나 상담소에 간다고 하면 상당히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곤 했다.


힘들 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됐던 나는 지금까지 세 분의 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하였다. 먼저 '마음 감기'가 찾아왔을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약' 처방인지 '심리적 지지'인지를 잘 판단을 해야 한다. 신경안정제 등의 약이 필요하다면 정신과로,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일반 상담을 추천한다.


마지막 치료를 하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상담을 전공한 친구에게 선생님을 소개받았다. 투병을 하면서 소득 없이 지출만 이어졌기에 시간에 만 원 정도 하는 상담비가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었지만, 잃어버린 내 모습을 되찾고 싶어 큰 마음먹고 신청을 해보았다.




첫 번째 선생님과의 상담은 영상통화로 8회 정도 진행했는데, 4번째까지는 마냥 울었던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슬펐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눈물은 속절없이 흘렀다. 선생님은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묵묵히 들어주셨고 전폭적인 공감과 지지를 해주셨다. 항상 "이나씨 마음이 가는 데로. 이나씨 마음이 편한 데로"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은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의 표정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손 쓸 수 없이 너무나도 불쌍한 사람을 보고 있는 얼굴이랄까. 그 당시 나는 마음이 많이 고갈되어 있었고 무언가를 채우려면 남아있는 마음을 마저 비워야 했었다.


두 번째 상담은 조금 특별했는데, 한화생명과 박피디와 황배우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주관한 <스쿨 오브 히어로즈>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젊은 암환자들의 사회적 고립감 해결을 위해 취업교육, 북 토크,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고 심리 상담도 그중 하나였다. 전화 상담 기회가 주어져 내가 선택한 상담 선생님과 총 10회의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항암 치료가 종료되는 시점 즈음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음 회복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때는 눈물 없이 상담 선생님과 친구처럼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상담의 장점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나 오해하고 있었던 나의 본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상담에서는 MMPI검사, 기질 성격검사와 같은 서면 검사를 통해 내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수치화해 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 다른 부분들은 다 평균 안에 머물렀지만 일정 수치가 특별히 높게 나왔는데, 누가 봐도 억압적이고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혼자만 그것을 잘 못 느끼고 있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너무나도 힘든 상황을 본인 혼자 '이 정도면 괜찮은데? 난 아무렇지 않은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특히 '스트레스 관리'가 관건이라며 남은 기간은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하자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선천적으로 고통에 무딘 성향이 암의 재발과 여러 번의 항암 치료를 버틸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힘든 상황인데도 힘들다 생각하지 못하고, 괜찮다고만 여기며 버텨온 나 자신이 짠하게 느껴졌다.


세 번째 상담은 올해 여름 대한암협회에서 진행한 <토크어바웃잇 X리셋>이다. 오랜 기간 암 투병을 하면서 겪었던 속상한 일들, 인간관계, 자신감과 자존감 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다. 상담은 화상으로 진행되었고 앞선 두 번의 상담 선생님들이 비교적 또래였던 데 반해 우리 어머니정도 연배의 상담사 선생님으로 배정되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마지막에 선생님이 듣고 정리해 주시고, 조언이 될만한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는데 가끔 촌철살인과도 같은 그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콕 박혀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서 상담이 잘 맞았던 것 일수도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힘든 일들을 털어놓는 것만으로 후련해지는 부분이 있었고, 한번 더 상황을 반복해 말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요즘은 지자체를 통해서 무료 상담을 진행하는 곳이 많으니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는 말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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