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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 Oct 19. 2021

7월 4일은 독립기념일

부산사람 서울 양재로 독립하다 - 1편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은 서명되었다. 1775년 오늘날의 동부 해안 지역에 해당하는 13개 식민지에 거주하고 있던 당시의 식민지 주민들은 영국 왕과 의회의 부당한 대우에 격분하여 전쟁을 일으켰고, 13개 식민지 대표들은 영국의 통치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움직였고,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독립선언문을 통해 말 그대로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4일, 나는 독립했다. 부산에서 서울 양재로, 엄마 아빠와 누나가 있는 본가로부터 독립해 홀로 살게 되었다. 맞다, 사실 나의 독립은 미국의 독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말 우연히) 날짜가 같다는 것만 빼면.

(그래도 나는 그런 사소한 우연을 좋아하는 인간이다 보니 어그로를 끌어보았다.)


7월 5일 첫 출근


내가 7월 4일 독립하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7월 5일이 대학교 졸업 후, 취직한 회사의 첫 출근날이었다. 부산에서 20년 넘게 산 내가 서울에 있는 회사를 다니기 위해선 독립이 불가피했다.


출근 1주 전쯤에 입사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마땅히 서울에 지낼 곳이 없던 나는, 고시원에서 잠시 지내며 월세나 전세로 살 곳을 찾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7월 4일.


관보다 조금 더 큰 관, 고시원 하루 살기

그렇게 서울생활 첫날(비가 왔다), 양재역 부근에 미리 연락해뒀던 고시원 두 곳에 들렀다.

처음 간 곳은 '고시원 치고' 좋은 고시원이었다. 따듯한 밥과 국, 그리고 매번 챙겨주는 반찬, 그리고 층마다 스타일러도 있는 말 그대로 풀옵션 고시원. 하지만 '고시원 치고' 비쌌고(에어컨과 냉동이 되는 냉장고가 있는 방이 월 60만 원) 위치가 회사와 애매하게 먼 위치에 있었다.

월 60만 원 고시원 (창문, 에어컨, 스타일러, 냉동 기능이 있는 냉장고가 있다)


그래서 회사와 가까운 두 번째 고시원. 창문도 있고 에어컨도 있었다. 물론 냉장고는 냉동 기능이 없었다. 어차피 잠시 잠만 잘 곳이라 생각하고 일주일만 계약을 했다.(하루 1만 5천 원)

그리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내가 얼마나 주거환경에 민감한 사람인지 깨달았다. 짐을 풀고 에어컨을 트니 음..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정신없이 다니느라 몰랐는데, 내가 일주일 계약한 고시원 방에는 벌레의 시체가 가득했다.

월 45만 원 고시원 (벌레 사체가 유난히 많고,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니 정리를 하긴 개뿔.. 바로 부동산 앱을 켜서 주변에 단기로 살 수 있는 매물을 찾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양재역 20초 거리에 괜찮은 단기 원룸을 찾았다.(중개사님이 자기도 부산 출신이라며 좋은 곳을 찾아준다고 하셨다..) 그다음 날 계약하기로 하고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아무튼 내일 출근해야 하니 잠을 잤다.(기 보단 자려고 노력했다) 허리를 박살 내려고 하는 고시원 침대에서 꾸역꾸역 눈을 감아 잠에 들었다. 40분 정도.. 너무 잠이 오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 가서 코코팜을 사 먹고 새벽 내내 눈을 뜬 채 날이 밝길 기다렸다. 출근도 해야 하고, 새로 계약할 단기 원룸에 이사도 해야 하니.


대충 씻고 새벽 6시쯤 고시원을 나섰다. 편의점에 음료수를 하나 사서 어제 잠시 지나쳤던 양재천으로 갔다. 듣던 대로 정말 좋았다.(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중 하나다) 의자에 2시간 정도 기대앉아 있다가 회사에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퇴근을 했고, 고시원에서 짐을 들고 나와 새로운 단기 원룸에 계약을 하러 갔다.



다음 편에 계속..


다음 편 내용

- 알고 보니 90만 원, 양재역 한 달 살기

- 지금 글 쓰고 있는, 양재천 3달째 살기(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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