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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 Nov 03. 2021

알고 보니 90만 원, 양재역 한 달 살기(단기 원룸)

부산사람 서울 양재로 독립하다 - 2편

11월이다. 어느덧 서울 양재로 독립한 지 다섯 달째가 되었고(나의 독립기념일은 7월 4일이니.), 얼마 안 있으면 새로운 해로 넘어가려 한다. 오늘은 지난 '고시원 하루 살기'에 이어, 나의 서울 양재 독립역사의 둘째 날부터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알고 보니 90만 원, 단기 원룸

제목에서 알려주듯, 나는 알고 보니 90만 원짜리 원룸에 살게 되었다. 물론 사기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억울했다. (내 작고 귀여운 월급을 생각하면..)


어제 고시원에서의 힘듦 때문에(+비도 왔다), 단기 원룸을 섣불리 결정해 계약한 것 같다. 고 느꼈다. (계약을 끝낸 후에..) 이 텅 빈 한 칸짜리 방에 앉아서.

에어컨 선이 짧아서 다이소에서 멀티탭을 사 왔다(한 달 동안 저리 살았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사기를 당한 것은 아니다. 내가 세상을 잘 몰랐을 뿐.


원룸을 계약할 때는 배달음식 주문할 때처럼, 직방이나 다방에서 원하는 방을 찾고 월세만 내면 되는 줄 알았으나,

보증금(물론 돌려받는다), 부동산 중개비(a.k.a 복비), 그리고 퇴실비 (강남지역 원룸은 보통 5~10만 원가량을 청소비 명목으로 받는다고 한다.) 등 정말 다양한 돈을 지불해야 했다.


다행히(?) 기본 관리비는 없지만 전기, 가스, 수도세는 별도로 납부해야 했다. (인터넷은 없어서 내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이 방에 한 달간 지불해야 하는 돈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 보증금 100만 원 (돌려받는 돈이니 뭐..)

- 월세 60만 원

- 부동산 중개비  18만 3천 원 (집토스라 그나마 저렴..?)

- 전기, 가스, 수도세 약 3만 원

- 퇴실비 7만 원


이렇게 88만 3천 원, 약 90만 원을 내고 원룸을 계약했다.


주방은 완전 새것.. 화장실은 촌스럽지만 아주 깨끗하고 생각보다 넓었다


뭔가 부족한 90만 원짜리 원룸. 을 채워나가기

그래도 방이 어제 묵었던 고시원에 비하면 쾌적하고, 집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고시원도 45만 원이었으니.. 그리고 불안정한 신분에 대한 대가와, 인생의 수업료라고 생각.. 아니 합리화를 하니, 나름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단기 원룸은 옵션이 너무 없었다.

원룸 기본 옵션인 세, 냉, 에(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이라는 뜻.이라고 중개사분이 알려줬다) 그리고 인덕션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정말 마룻바닥뿐이었다. 에어컨 선을 연장 연결할 멀티탭조차 없었다..


우선 다이소에 가서 멀티탭과 건조대 그리고 좌식 책상을 하나씩 구매하고, 저녁밥으로 원룸 건물 1층의 편의점에서 라면과 도시락, 그리고 맥주 4캔을 사서 왔다. (너무 허기져서 배달음식을 배달을 기다릴 인내심조차 바닥나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 뒤쯤 강남은 20분이면 배달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집에 전자레인지와 전기포트가 없었기에, 편의점에서 조리해서 왔다.

 

밥과 라면은 반쯤 남겼고, 맥주는 맥주가 아니라 사이다였다.. 널부러진 부동산계약서와 양말


그리고 바닥에 앉아 쿠팡에서 베개, 토퍼, 이불을 로켓배송으로 구매했다.(저녁 시간이어서 내일 새벽에 도착한단다..) 생각해보니, 당장 사용할 세제와 휴지가 없어서 처음으로 배민에서 B마트를 이용했다.


자취 첫날의 B마트는 최고다! 광고 같아 보이지만 내돈내산이다. (광고 환영합니다.)


그렇게 꼭 필요한 것들을 주문하고 이불 하나를 덮은 채 마룻바닥에 누워 잠을.. 잤다기보단 반 기절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유효기간 한 달짜리 우리 집으로 택배 러시가 시작되었다.


거의 매일 택배가 왔다 / 독립 3일차만에 나름 누워잘만한 공간이 생겼다


다음 편에 계속..


이전 편 내용

- 7월 4일은 독립기념일 / 고시원 하루 살기


다음 편 내용

- 원룸은 채워나가는 거야 / 택배 러시

- 지금 글 쓰고 있는, 양재천 4달째 살기(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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