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다.
커다란 웅덩이가 있었고, 나는 그곳에 빠졌다.
진흙 뒤범벅이었고, 온갖 오물 냄새가 진동했다. 혼자 힘으로 나오려고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내게 손을 건넸고, 손을 잡고 나올 수 있었다. 나는 다시 그곳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길을 걸었다.
그곳에 커다란 웅덩이가 나타났고,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오물 냄새와 악취가 코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지독한 곳이었다.
그때 한 사람이 손을 건넸고, 그 손을 잡고 나올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또 웅덩이에 빠질 수 있었는지. 다음엔 다시는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다시 길을 걸었다.
웅덩이가 나왔다. 나는 웅덩이를 피하려 조심 조심히 걸었다.
그러나 그만 미끄러져 웅덩이로 빠졌다.
스스로가 대단히 한심스러웠고, 고개들 낯이 없었다.
웅덩이는 깊었고, 나 같은 한심한 인간에게 맞는 자리였다.
'참 한심해, 나.'
'여기서 나가봐야 또다시 웅덩이에 빠질 신세겠지.'
낙심하고 있는 나를 누군가 차분히 두드렸다. 한 사람이 손을 건넸다.
그는 이전과 변함없이 내게 손을 내밀었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웅덩이에서의 밤은 깊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날은 춥고 다리는 몹시 저렸다. 그러다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은 눈이 부시다.
고개 드니 그는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소 짓고 있었다.
무한한 시간이 흘러도, 그는 끝까지 기다릴 것만 같았다.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깨가 젖어있었다. 그는 누추한 행색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밤 내 곁을 기다려주었다.
쾌청한 날이다.
길을 걸었고 웅덩이가 나왔다.
그가 내 손을 잡아주었고, 나는 그와 함께 그 길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