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에 관한 소고
고놈 참 밉다!
미움의 원천은 어디일까. 사람의 마음이 본디 악해서 미움이 끊임없이 쏟아지는걸까. 이 미묘한 감정선은 종잡을 수가 없다.
일전에는 미우면 미운 데로 마음먹고 살아갔다. 그것도 감정의 일부고 특별히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미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미움은 정당한 감정일까. 정당하다면 나는 누군가를 미워해도 옳은 것일까.
내 마음 속 작은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1. 판단의 기저를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
나름대로 다양한 입장을 수용하고 의견을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참 부족했다.
나이가 들면서 같은 경험에 대해 전과 달리 반대의 입장을 취할 때가 있다.
예컨대 A 안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전에 나는 이 A안에 대해 x의 입장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y의 입장에 더 가깝다. 그리고 과거에 내 반대 입장인 y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때로는 맹렬히 비난했다.
그런데 현재 나는 그 반대 입장에 서있는다. 과거에 내가 비판하고 문제 삼았던 일, 그 비판의 화살은 그대로 현재의 나에게 되돌아왔다.
그러니 그 때 들었던 미운 마음은 지금의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 때의 나는 현재의 나를 미워한 셈이 되어버렸다.
2. 사람에 대하여 다수의 의견에 선동되서도 안된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대해야 한다. 선동에 휩쓸리는 것은 왕따를 만드는 전형적인 메커니즘이다.
평판이 좋지 않던 사람과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뭇사람들의 편견을 배경으로 그 사람과 이야기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 편견에 기반하여 민감히 반응했다.
편견은 미움의 촉매제였다. 나는 중심을 잃고 상대와의 관계를 망쳐버린 과거의 기억이 유감스럽다.
하지만 어떨 때는 운 좋게 편견에 휩쓸렸음에도 인내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관계를 맺다 보면, 상대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편견들을 통해 사람들을 판별하던 작업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했다.
우리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에 대한 편견을 제거해야만 한다. 수동적으로 상대를 인식하는 건, 왕따가 만들어지는 핵심 메커니즘에 속한다. 이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많은 정보 없이, 이미지와 느낌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그러한 이미지는 타인에 의한 정보 혹은 첫인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류의 것들은 논리적인 기반 없이 서 있는 흩날리는 감정들이다.
이러한 류에 기반해 사람을 대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대단히 그릇된 일이다.
내가 이유 없이 미움받기 싫듯이 그 누군가 또한 미움받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자.
3. 그럼에도 미운 경우가 있다.
미울만한 이유가 있어서 밉다. 정말 미워할만한 상황이다. 나는 여기서 많이 미끄러진다. 한번 분한 일이 생기면 곱씹어도 그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이럴 때면 가시 있는 말, 상처 주는 말로. 어떻게든 되갚으려 하곤 했다. 상대가 그렇게 했으니 나도 응당 반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미워할만하다 해서, 미워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엔 보통 자존심을 건드릴 때 민감하게 반응하고 미움이 솟구친다. 대단히 강한 자존감이 상대의 경솔한 언사에 즉각 반격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 정확히는 양비론에 불과할 뿐이며, 관계만 악화시키고 약간의 감정적 쾌감만 가져다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깨진 관계는 다시 봉합하기 어렵다. 또 이렇게 얻은 감정적 쾌감은 10분을 채 가지 못하므로, 이는 대단히 비경제적 선택임이 분명하다.
한 번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 일이 있었다. 고개를 숙이니 기분이 몹시 안좋았다. 하지만 설령 상대방이 잘못하였다 하더라도, 내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개 숙이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한 일인가. 이 상황에서 내가 더 다투어 내야만 했는가. 그렇게 해서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가.
무언가에 미움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개의 갈등 상황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올바른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하여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대개 이런 경우 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세상에 쓸모없는 감정이 있다면 과연 그것이 미움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이유없이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한낱 감정조차도 이유없이 만들어지는 일 또한 없다.
그렇다면 미움 사용법은 올바르게 이용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마음은 미움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때때로, 미움과 적개심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불의와 모든 부조리한 것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당당히 미워해도 된다. 악한 행동과 가치관을 미워하고, 멀리하는 것. 우리의 미움은 오직 여기에만 사용되야 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사람에 대해 분노하고 미워한다. 오히려 불의와 부조리함에는 대단히 무기력하고 힘을 잃는다. 더러는 왜곡됐다는 사실에 체념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많이 슬픈 사실이다.
세상은 사랑하기에도 벅찬 세상이다. 인간에 대한 미움은 모래 위의 성과 같아서, 철저히 감정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의 미움은 세상의 불의와 모든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 미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HATE. it has caused a lot of problems in this world but has not solved one yet
증오. 이세상에 너무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여지껏 한개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 Maya Angel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