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요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니 체력이란 게 있을 리 없었다.
첫 회사에 들어가고 사회초년생으로서 겪을 수 있는 것들을 겪어가며 점점 사회인이 되어갈 때쯤이었다. 쏟아지는 업무에 잦은 야근은 기본이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까지, 꿈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흔들리던 시기였다.
그날도 어느 날처럼 늦은 시간에 근무를 마치고 고개를 숙인 채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내 이름이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내 앞에 서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은 참 좋아 보였다.
친구는 얼마 전 힘든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요가를 하면서 많이 괜찮아졌다고 했다. 친구는 나에게 요가가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여보라고 말했고, 그 길로 곧장 요가학원에 등록했다.
유연하진 않지만 요가 수업을 듣는 내내 즐거웠다.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면서도 중심을 잡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았다. 힘든 동작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사바사나 시간을 위해서였다. 사바사나는 수업 마지막에 온몸에 힘을 빼고 누워 명상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까지 잘 마무리하고 나면 내 안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다녔던 요가학원에는 여러 명의 강사가 있었는데 강사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어떤 분은 향초를 켜두기도 하고, 어떤 분은 음악을 틀기도 했다. 향초도, 음악도, 요가수업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내 마음에 안정을 되찾아주었다. 그렇게 내가 점점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해 겨울, 내가 이직을 하기 전까지는.
그 후로는 필라테스가 유행하면 필라테스, 헬스가 유행이면 헬스장을 끊었지만 즐기면서 하진 못했다.
나에게 요가 외 운동은 정말 몸을 위한 운동이었을 뿐, 요가만큼 마음이나 정신에 도움이 되는 운동은 없었다.
어제는 새로 등록한 요가학원에서 첫 수업을 들었다.
그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아 움츠려든 몸은 굉장히 뻣뻣했다. 오래전 기억이 미화된 건가 여전히 요가가 나한테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중심을 잡으세요. 흐트러진 것에 집중하지 말고요. "
수업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중심을 잡으면 된다는 말이 요가수업뿐 아니라 삶에도 적용되는 말처럼 들렸다.
조금 흐트러진, 과거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것.
다행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