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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지 Feb 25. 2024

세 번째 상담 시작하기

꾸준히 나를 돌아보기 위해 상담이 필요하다 느꼈다. 그동안은 나만이 나를 돌볼 수 있다 생각했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보니 오히려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은 불안장애에 대한 어려움으로 두 분의 선생님께 총 30회의 상담을 받았다. 24년에도 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에서는 상담을 받지 못했다.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는 대기 순번대로 안내가 가고 있어서 내 차례가 언제 올지 몰랐다. 이렇게 상담을 받을 수 없는 건가, 좌절하던 1월 말에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사업이 시작된다는 공고를 봤다. 2월 말부터 상담을 시작할 수 있는 데다가 저번보다 2회 늘어난 6회기 상담이 가능하대서 바로 신청했다.

약 2주 뒤 다소 길다고 느껴질 때쯤 당첨 문자를 받았다. 그 뒤로 95문항의 간이 정신 진단 검사(KSCL95)와 180문항 뒤로는 기억나지 않는 TCI 검사(기질검사)를 해내면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 안내가 오자마자 빨리 상담을 받고 싶어서 검사를 다 마쳤다. 그리고 얼마 뒤 상담받을 수 있는 지역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저번에 받은 선생님의 단호하고 명쾌한 상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같은 지역구로 신청했다. 3순위까지 선택할 수 있어서 내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들로 골랐다. 이제 남은 건 부디 전에 받았던 선생님과 상담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이었다.


 어느 선생님과 상담을 받을지는 선생님께 연락이 와야지만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본가와 가까운 상담소에 배정이 됐다. 전의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게 들었다. 내가 바라는 건 그 선생님과의 재회였는데! 그렇지만 이것도 인연인 만큼 나에게 배정된 새로운 선생님도 충분한 검토를 통해 선정된 분이란 걸 믿는다.


 새로운 상담 선생님과의 만난 일에 나는 걱정이 많이 됐다. 과연 좋은 분이실까? 온화한 스타일이 아니면 바꿔달라고 신청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버겁고 귀찮았다. 상담을 기대하며 노크를 하니 문을 열어주신 선생님은 참 눈이 어린아이들처럼 똘망 똘망 한 느낌을 주셨다. 대화를 나눠보니 참 푸근하기까지 했다. 선생님은 이번 사업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으론 내가 선배네? 이런 재미난 생각도 들었다. 서울시 시스템이 익숙지 않아서 내 정보를 확인하려 화면을 찾아 헤매는 모습도 친근했다.


 이번 상담에서는 나의 현재를 점검하고 싶었다. 본격적인 얘기는 못하고 짧게 얘기를 나눴다. 그동안은 불안장애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신청할 때 저번에 받은 선생님과 만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었다고도 하니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시스템 공지사항으로 전에 받았던 선생님과는 매칭이 되질 않으니 잘 타일러 달라고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서울시가 일을 꼼꼼하게 잘하는구나, 싶어서 정말 크게 웃었다.  그래 이것도 인연이니 새해에 새 마음으로 새 선생님께 상담을 받아보자고 결심했다.


 선생님은 그날 마지막으로 나에게 '그동안의 나를 뭐라고 표현하고 싶어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버티는 삶의 연속이었다'라고 답했다. 그 한 문장에 이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동안의 내 증상과 상담 과정을 짧게나마 말씀드렸다. 가족 얘기, 퇴사한 얘기 등을 다 말하니 속이 후련해지고 개운해졌다. 그렇게 상담이 종료됐고 다음 상담 약속을 잡고 귀가했다.


새로운 만남은 설렘을 준다. 올해 시작부터 뭔가 기쁘지 않고 또 오는구나라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이 미지근하게 시작에 만족한다. 부디 계속 미지근하고 잔잔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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