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는 혼자 자취를 했다. 자취에 로망이 있었다기보다는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1학년 자취를 혼자 하며 외로움과 돈의 쪼들림에 굴복하여 2학년부터는 대학 친구들과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다. 그때의 에피소드를 나누려고 한다.
셰어 하우스에 살면서 룸메이트와 돌아가면서 밥 당번을 정했다. 일명 '오늘은 내가 요리사'. 그런데 다들 엄마가 해주는 집밥만 먹다가 요리를 하자니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다. 하루는 내 친구가 순두부찌개를 끓였다. 순두부찌개 레시피는 처음에 다진 고기와 양파를 양념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볶아야 한다. 처음 순두부찌개를 끓였던 그 친구는 너무 센 불에 고춧가루를 볶았고 집 안을 화생방으로 만들었다. 하나 둘 친구들이 기침을 했고 순두부찌개 역시 기침을 유발하는 맛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맛은 있었다. 나는 떠먹는 부추전을 출시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기에 메뉴로 전이 딱이었다. 메뉴는 잘 정했으나 전 농도는 잘 맞추지 못했다. 도저히 젓가락으로는 부추전을 집어 먹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간이 맞는 것이 신기했다. 2학년 때는 참 요리를 못했는데 이젠 자취 인생 5년 차로 웬만한 요리는 다 할 줄 아는 것이 뭔가 뿌듯하다. 지금은 마라샹궈도 만들 수 있고 수제비도 직접 반죽해서 만들 수 있다. 뭐든지 조금씩 자주 하면 실력이 는다는 것을 저녁 당번을 통해 깨달았다.
룸메이트와 함께 살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싸움 에피소드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가 없다. 이불 개기 때문에 싸웠었다. 누구는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 항상 정돈했고 나는 이불을 개지 않았다. 우리는 투룸에서 살고 있었고 어차피 그곳은 생활공간과는 분리된 잠만 자는 방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불을 개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의 이 생활습관으로 누군가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더 웃긴 것은 싸움 당시이다. 분명 생활 습관 하나 때문이었는데 꽤나 언성이 높아졌고 온갖 서로 다른 생활 습관들이 나왔다. 내가 맞네 네가 맞네. 나중엔 하다 하다 반찬 뚜껑 이야기까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웃기지만 그때는 진지하게 싸웠다. 결론은 서로 배려하자. 그렇다 우리는 20년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런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았으니 생활 습관이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성인이기에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고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이 함께 사는 방법인 것 같다. 셰어 하우스 2년 차쯤에는 서로 설거지하겠다고 배려 다툼(?)을 할 때도 있었다.
약 3년을 친구들과 셰어 하우스에서 살았는데, 마지막 연도 쯤에는 언성을 높이지 않고, 서로 '대화로' 무엇 때문에 기분이 언짢은지와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레벨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이때 각자의 성격이 나온다. 소위 MBTI(성격유형검사)가 명확히 나온다. 한 번은 본가에 있다가 다시 셰어하우스에 왔다. 돌아와 보니 내 짐을 둘 곳이 없어 집안 물건 위치를 조금 바꿨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한 룸메가 갑자기 바뀐 집안에 당황했었나 보다. 그래서 말없이 바꾼 것에 대해 기분이 조금 안 좋았었는데, 생각이 정리된 후 나에게 말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기운을 눈치챈 나는 뭐가 문제냐고(공손한 말투와 공손한 언어) 물었다.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잘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내가 "다시 원래대로 놓는 게 마음이 편하면 그렇게 할까?"라고 물었다. 친구는 안 그래도 된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안 좋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라 물었고, 친구는 "그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런 대화 몇 번을 오가다가 그 친구가 나보고 너 "T 지?"라고 말했다. 맞다. (MBTI 성격 유형검사의 T는 사고형, F는 감정형이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룸메가 캬캬 웃으면서 왔다. 그 이후로 더 많은 대화를 하며 빠르게 해결하기보다는 공감을 먼저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또 배우며 사회화된 T로 진화할 수 있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사소한 생활 습관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대화로' 풀어내는 것 등을 이때쯤 배운 것 같다. 24살까지 성장기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배워야 할 것 투성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