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에도 알 수 있는 한국인들의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성격이 급한 것 또는 경쟁심이 강하다는 것, 자신감,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것. 하지만 한국인들만 모여 있기 때문에 저 특징들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더욱이 다른 특징들은 발견하기 힘들다.
나는 사실 다소 부정적인 한국인의 저 특징들이 싫었다. 그래서 부정했다. 애써 다르게 해석했다. 성격이 급하다기보다는 게으르지 않은 것이고, 경쟁심이 강하다기보다는 목표지향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겸손한 편이라고.
그런데 아일랜드에 와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지내며 느꼈다. 한국인이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맞구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감이 있다는 것은 저런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학원 수업 중에 선생님이 몇 개 국어를 할 수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물어보셨다. 솔직한 나의 입장은 영어가 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몇 개 국어 안에 포함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1개 국어라고 말했다. 한국어 하나. 그런데 반 친구들이 "그럼 네가 지금 말하고 있는 언어는 대체 뭐야!?"라고 말했다. 내가 아닌 친구들이 나의 자신감을 올려주었다.
또 다른 일도 있었다. 나는 b1 레벨에 4개월을 있었다. b2반으로 올라가는 전날에 같이 올라가게 된 친구가 나에게 "어때 너 스스로가 자랑스럽지 않아?"라고 물었다. "응 맞아"라고는 대답했으나 어투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4개월을 b1에 있었으니 꽤나 좋은 성과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가 "아니 왜?! 너랑 나랑 모국어가 다른데도 우리 지금 대화가 가능하잖아. 심지어 너 언어는 영어랑 전혀 비슷한 게 없잖아. 내 언어는 (포르투칼어) 영어랑 비슷해. 너 정말 대단한 거야. 물론 우리 모두 대단한 거지."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묘한 위로를 받았다. 자존감이 높은 친구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면모에 집중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물론 위의 사례만을 가지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더블린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다들 비슷한 이야깃거리가 나온다. 한국인들은 겸손이 예의라는 것이 깊숙한 어딘가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너무나 재내된 나머지 하나의 성격으로 남게 되었고 더 이상 겸손이 아닌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 것 같다. 유사하게, 한국인은 목표지향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고 반추하며 더 나은 모습을 추구한다. 이 또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자신이 발전한 모습은 작게 느끼곤 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다는 것의 정의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신감의 사전적 정의는 '스스로를 믿는 감정'이다. 자신감이 높다는 것은 '내가 가진 능력, 그것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스스로 폄하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의 사전적 정의는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다.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이기 위해서는 '대견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해도 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